성북동 골목에서 만난 ‘빛의 위로’… 고립된 현대인에게 건네는 성미술의 손길
‘스페이스성북’ 두 번째 전시, 《빛의 기도 – 송경의 신앙과 예술》
고층 빌딩 숲이 가로막은 도심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성북동. 옛 성곽길을 향해 걷다 보면 간송미술관과 성북선잠박물관, 성북구립미술관이 나란히 이어진다.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 길목에 새로운 문화적 이정표가 더해졌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가 성북동 ‘기도의 집’ 1층에 문을 연 ‘스페이스성북’이다.


이곳은 2025년 9월 개관전 《2025 희년 가톨릭 미술 55년》을 통해 성북에 첫 인사를 건넸다. 가톨릭 문화예술의 현대적 담론을 이어가고,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복음과 예술이 결합한 치유의 공간으로 개방되었다.

송경의 ‘빛의 기도’ : 초월을 향한 붓질
개관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기획전은 송경(1936-2022) 작가의 초대전 《빛의 기도 – 송경의 신앙과 예술》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1958년부터 7회 연속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에 입선한 송경 작가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영성과 초월의 영역으로 확장해 온 인물이다. 서울 가회동 성당에 설치된 〈십자가의 길〉(2013)연작은 그의 영성 예술의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늘바다〉(1983)를 비롯해 〈성 프란치스코〉(1989) 등 회화와 소조, 드로잉 등 4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구현된 추상적인 세계는 종교적 숭고함을 자아내며, 보는 이를 명상적인 상태로 이끈다. 특히 캔버스를 가득 채운 따스한 빛의 묘사는 관객의 내면에 고요한 위로의 온기를 전한다.

탈종교 시대에 ‘성화’가 전하는 위로
흔히 지금을 ‘탈종교의 시대’라 부른다. 하지만 거대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파편화된 개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인격적인 위로와 진정한 공동체를 갈망한다. 창작의 목적을 작가 개인의 내부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발견해온 성미술의 유구한 전통이 이곳에서 다시금 빛을 발한다.

유럽의 시간이 멈춘듯한 도시를 여행하다보면, 한 번쯤은 가톨릭 성당의 높은 문을 밀고 들어서게 된다. 고개를 들어야 끝이 보이는 아찔한 층고와 압도되는 공간감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작음을 실감하고, 역설적으로 그 작음 속에서 깊은 평온을 얻는다.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볼 때 느끼는 어떤 해방감과 닮았다.

영성의 세계는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일상 너머의 초월적이고 영원불변한 가치를 비춘다. 성화(聖畵)는 단순한 종교화를 넘어, 당대 사람들의 세계관과 사회적 질서, 그리고 간절한 염원을 비추는 ‘시대의 거울’이다. 송경 작가의 예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떠한 위로를 바라는지 엿볼 수 있다.
◇상세 전시
빛의 기도: 송경의 신앙과 예술
2025-11-25 ~ 2026-01-31
스페이스성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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