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부터 예술공간으로 운영되어온 ‘통의동 보안여관’은 본래 1942년부터 2005년까지 약 60년간 수 많은 나그네들이 머물다간 쉼의 공간이었다. 잠시 멈춰졌던 장소의 고유한 기능을 되살리며 한국 근대문학의 주요 거점 중 하나였던 보안여관의 문화적 유산을 이어 2017년,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해 통의동 보안여관 옆으로 ‘보안스테이’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카페, 프로젝트공간, 서점, 전시 공간이 포함된 이 복합문화예술공간 지하1층에서 열리고 있는 (김)범준 개인전 《모산 모산 모산》을 보고 왔다.

첩첩산중, oil on canvas, 91×65, 2018
모산은 결코 하나의 이름으로 수렴될 수 없기 때문에, 전시의 제목은 자연스럽게도 《모산 모산 모산》이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설명에서처럼 모산은 “아무개 산(某山)이며 어머니 산(母山)이고 어머니의 고향(茅山)”이다.

모산, 천에 먹, 50×260(3pcs), 2019
<모산>을 경험한다는 것은 이름 없는 ‘아무개의 산’인 ‘모산(某山)’을 바라보는 것이면서 동시에 ‘나’라는 존재가 이 ‘세계’를 대면할 수 있도록 나와 세계를 매개시켜주었던 ‘어머니의 존재(母山)’를 떠오르게 해주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의 떠나온 고향(전라북도 부안군 모산리)을 반추해보는 행위이다. (- 작가의 말)

첩첩산중, 73×117, 2019
첩첩산중, 73×100, 2019
첩첩산중, 45×105, 2019

엄마와 아들, 천에 먹, 150×360, 2019

무제, 목재와 등산용 수건, 가변크기 2019

정상, 목재에 도장, 천, 450×220×95 2019
전시장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바닥모산- 모산의 정상”을 오르내리는 관람객들의 신체는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몸을 옮기는 행위를 넘어서서 잊혀진 생각, 망각된 이름들을 ‘지금, 그리고 여기’라는 현재의 시공간으로 다시 소환해내려는 움직임이기도하다. 현재를 조망하는 시야가 넓어질수록 우리가 지나온 시간은 매순간 새롭게 이 세계의 지평 위에서 또 다시 열려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산을 오를 때 깊은 골짜기 속에서 보는 풍경과 산의 가장 높은 곳에서 보여지는 풍경들 사이에서 ‘위계’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그보다는 <첩첩산중>에서처럼 수많은 존재들의 겹쳐짐, 무수한 레이어 사이에서의 일렁임만 파악될 수 있을 뿐이다.

모산은 아무개산이며 어머니산이고 어머니의 고향이다.
참고 : 보안1942 홈페이지(http://b1942.com)
글, 사진 이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