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의 시학 : 구상과 추상사이
이경순 조기주 제5회 모녀전
2022.01.05.-2022.01.23
토포하우스
인사동에 위치한 토포하우스는 1월 5일부터 23일까지 《발견의 시학 : 구상과 추상사이_이경순 조기주 제5회 모녀전》을 개최한다. 모녀지간인 조기주의 이경순 작가의 작품은 각각의 개인전이 결합된 형태에 가깝지만, 서로간의 영향력과 접점을 볼 수 있는 작품들 또한 찾아볼 수 있다.

1층 전시 전경


이경순, <항아리에 담긴 분홍 장미>, 1993

이경순, <조선 백자에 담긴 장미>, 1998

이경순, <기주-1971>, 1971
먼저, 이경순(94세, 1928-)은 1946년 가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해 1950년 5월 서양화 전공으로 졸업한, 대한민국 정규 교육을 받은 1세대 국내파 화가이다. 그 후, 1953년 제2회 국전부터 16회의 입선과 4번의 특선을 수상하였으며 1977년 국전 추천작가, 1982년 국전 초대작가를 역임하였다.

2층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는 이경순 화백의 미발표 장미작품을 비롯한 국전 특선작인 인물화 두 편을 만나볼 수 있다. 그 밖에도 딸 조기주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 입학 시기까지 모습을 그린 작품들도 출품되었다. 남인숙 미술평론가는 이경순 화백의 정물 그림에 대해 “꽃, 화병, 테이블보, 벽지, 주변 기물 등등의 배치와 상호 얽힘을 보면 ‘관계를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이화백의 독창성이 뚜렷하다. 합창처럼 화면 전체를 문제 삼고 사물에 대한 찬가(讚歌)로 가득 채운다는 점이 이경순이 정물을 대하는 태도의 색다른 점이다.”라고 평한 바 있으며, 인물화에 대해서는 “인물화에 있어서는 장식성을 배제된다.”라고 보았다. “표현 기법에 있어서 견고함이 우선하며, 공간이 매우 명료하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이경순의 작품은 “화면을 가득 메우는 리듬과 장식의 강화를 통해 주제의 이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아카데미즘과 국전풍의 작업을 충분히 감상할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조기주는 어머니와 같이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고, 이이서 뉴욕의 Pratt Institute대학원 과정을 밟았으며, 이후 단국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어 정년퇴임하기까지 회화의 재료와 주제에 대한 연구와 영상작업에 이르는 실험적인 작품에 도전해온 작가이다. 주로 추상작품을 선보이는 조기주는 폐허 속에서 발견된 시멘트 조각에서 착안하여 만든 흔적들을 제시한다. 남인숙 미술평론가는 이에 대해 “실크스크린과 함께 드러난 흔적, 흔적을 계기로 이어지는 드로잉, 드로잉으로 피어나는 공간, 완전 색인 금빛으로 통합되는 우주 등 조기주는 구체적인 물질 속에서 우주의 숨소리를 이끌어 낸다.”라고 평했으며, “조기주에게 바탕의 재료가 시멘트인지 합판인지의 구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조기주 작품에서 드러나는 장식성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의 고유함과 특징에 대해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서 지속적으로 기술하고 해석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 밖에도, 전시장 지하에서는 조기주 작가의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에 제작한 단평영화로, <연속 그러나 불연속>(2006)이라는 제목을 지닌 작품이다. 작가는 약 20분 분량의 단평영화 속에서 현재 발레리나를 꿈꾸는 현생의 여대생과 전생의 인물인 신라시대 최초의 부처가 된 순종의 여인 최씨녀를 병치하며, 동양철학적 주제와 우주, 생명의 창조, 그 동심원 속에서의 연속과 불연속을 드러낸다.

조기주, <Self Portrait-2150-WNT>, 2021

조기주, <Memory Lane>, 2022

지하 전시장 전경

조기주, <연속 그러나 불연속>, 2006
올해로 5회째의 2인전을 맞이한 이경순 화백과 조기주 작가는 화가들이면서 엄마들이자, 동시에 딸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Mother-Daughter>에서 그 정체성과 관계는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어머니와 딸 그리고 그 딸이 다시 자신의 딸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모녀들은 소통과 동시에 불통을 겪는다. 두 작가가 그려낸 ‘구상과 추상 사이’에도 소통과 불통이 공존하고 있다.

조기주, <Mother-Daughter>
남인숙 미술평론가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들의 작품을 ‘모녀지간’이라는 관계에서 좀 더 거시적인 차원인 ‘여성성’의 탐구 영역으로 위치시킬 것을 제시한다. 두 작가의 전시를 보며, 여성을 자연으로 이해하고, 우주이자 그 모태로서 여성을 이해하는 경향 등에 주목하며, 여성이 세워가는 새로운 메타포를 탐구해보는 일은 엄마와 딸이라는 특수 관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관람 시간 : 매일 10:00-19:00(설 연휴 휴관)
윤란 rani75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