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2021.10.20-2022.03.2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연말연초면 올해의 작가상 전을 꼭 들여다봤는데, 올해는 특히 들여다볼 일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후보로 선정되었기 때문이었다. 2021 올해의 작가상 후보는 김상진, 방정아, 오민, 최찬숙 네 명의 작가이다. 이 중 사심으로 응원하는 방정아 작가와 최찬숙 작가의 전시실 위주로 돌아보았다.


(사진)작가 방정아, 인터뷰

작가 방정아 전시실은 '흐물흐물'이란 주제로 꾸려진 전시장은 회화들로 채워 있었다. '흐물흐물'은 입구 앞에서 본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고체가 액체화 하는, 경계가 흐물흐물 무너지는 느낌으로 이해했다. 2019년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부산 여행을 다녀왔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대규모 개인전을 통해 이해했던 그의 작업들을 떠올리며 둘러보게 되었다. 작업실 주변에 있던 미 8부두에서 있었던 실험, 인근 공원에서 이전 활용처였던 미군기지,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 핵발전소, 생태계, 한국 정치.. 작가의 관심사는 여전히 '지금 여기' 이다. 기록에 사명감을 가진다는 그의 말대로 이전에 봤던 것과는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지금 여기'들이 있었다.


(사진)방정아, 팠어, 나왔어, 2021


(사진,좌)방정아, 전시중입니다만, 2021


(사진)방정아,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 2021


(사진)방정아, 축 발전, 2021


(사진)방정아, 플라스틱 생태계, 2021

다른 전시 공간은 커다란 걸개그림이 천정부터 내려와 있다. 청록색 벽을 배경으로 주변에는 의자들이 보인다. 으레 그러하듯, 걸려있는 작품만을 회화 작업으로 인지하고 다가가 꽃인가 확인했다. 국화처럼 보이는 그 무더기에서 어떤 내용인지 살피게 되고, 무얼 의미하는지 살피게 된다.

이 공간은 사실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핵 발전소 내 폐 연료봉을 식히는 큰 냉각수조로 설정을 하고, 커다란 회화를 설치했다. 의자로 보이는 것들이 폐 연료봉이다. 관객은 별 생각 없이 의자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방의 유일한 작품이라 상상하는 회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것이다. 화면의 일부로 편입하는 것을 노린 방식의 연장선인 것이다.


(사진)방정아, 플라스틱 생태계, 2021(부분, 뒷면)

흰 국화는 먼저 추도의 의미가 떠오른다. 거대한 추도는 이어붙인 캔버스로 만들어졌음을 뒤로 돌아가면 확인 할 수 있다. 이들은 새 것이 아니라, 재활용된 캔버스다. 캔버스를 재활용해 생태계에 추모를 마치 민주화운동 같은 때 걸던 커다란 걸개그림으로 만든 작가의 의도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작가 최찬숙의 전시실은 어두컴컴한 공간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들로 이루어졌다. 작가는 이동하는 사람들, 특히 밀려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진동'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대상보다는 그로 인한 영향으로 이해했는데, 결국 동시에 이는 (밀려난, 이동하는 사람인) 본인에 관한 질문이기도 했다. 이같은 관심은 작품 〈qbit to adam, 2021〉 옆 비치된 비디오 설치작업 〈60호, 2020〉 로도 나타난다.

정면에 세 개의 스크린과 바닥에 빗겨 세워진 스크린에서 작품 〈qbit to adam, 2021〉이 상영 중이고, 그 앞에 바닥이나 벽 가까이 비치된 방석과 의자에 관객들이 앉아서 영상을 보고 있었다. 바닥은 화면의 빛으로 관객을 거울처럼 비추는 유광의 상태였다. 돌고 도는 영상이라 중도부터 시작해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되었다. 〈큐빗 투 아담〉은 구리 화한 신체인 칠레 추키카마나 광산의 미라 '쿠퍼맨'을 등장시킨다. 땅에 관한 리서치에서 출발했다는 작업은 땅과 몸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소유에 관해 이야기한다. 땅은 소유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의 연장선상에는, '몸은 소유가 가능한가?'라는 질문도 해볼 수 있다. 소유 가능한 땅의 역사를 추적하며,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개념이 확장하여 몸과 몸에서 발생한 노동 그리고 땅까지 사고팔 수 있는 재화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최근 등장한 메타버스 속 땅의 거래와 몸의 거래가 등장하고 그것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땅으로 돌아간 인간이 다시 땅을 구성하는 구리로 화한 '쿠퍼맨'을 보여주며, 인간의 죽음과 죽음 뒤에도 남는 무언가와 인류보다 오래 남아온 우주와 그 일부인 땅을 돌고 돌며 다르게 보게 한다.



올해의 작가상은 여전히 하루 만에 모든 작품을 잘 보도록 두지 않았다. 다시 들어가기 힘든 저 전시실들을, 나는 다시 시간을 내어 들어가 볼 궁리를 해야 한다. 고르고 골라 보여주는 이런 전시는 너무나 흥미롭고 보고 싶고 기다려지지만. 매번 관람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좋아하는 작가라 늘어나는 힘겨운 과정은 올해도 계속되는 모양이다.

사진.글.효례

(참조)
올해의 작가상 홈페이지, 내부 영상 외
[http://koreaartistprize.org/project/%eb%b0%a9%ec%a0%95%ec%9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