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
2022.7.20-2023.1.24
백남준아트센터

7월 20일 오후 12시, 백남준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김성은)에서 <바로크 백남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인 <바로크 백남준>은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백남준의 대규모 미디어 설치작업과 레이저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로, 7월 20일부터 2023년 1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투어를 진행하는 이수영 학예연구사
20일에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전시 투어, 질의응답의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전시 투어는 <바로크 백남준> 전시를 기획한 이수영 학예연구사가 진행하였다.

이정성, 최장원, 홍민기, 강신대, 윤제호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 2022,
가변크기, 초 1개, 카메라 1대, CRT 프로젝터 2대, 레이저 5대 (사진 : 박형렬)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작품이자 전시장에 입장하면 맨 처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는 레이저의 예술적 잠재력을 실험하고자 했던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제작된 작품이다. 1995년에 제작되었던 «바로크 레이저»의 관람 경험을 2022년의 백남준아트센터라는 공간에 맞게 복원한 작업으로, 이 작업을 위해 백남준의 테크니션이었던 이정성과 미디어 아티스트 홍미니, 강신대, 그리고 레이저아티스트 윤제호 등이 협업하였고, 건축가 최장원이 구조물 설계를 맡았다.
«바로크 레이저»는 독일의 바로크 건축가 요한 슐라운의 탄생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95년에 슐라운이 건축한 로레토 교회에 설치된 작품이다. 교회의 모든 창문을 닫아 예배당을 어둡게 만들고 조용한 침묵 속에 레이저와 비디오 프로젝션을 감상하도록 했다. 또 백남준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로크식 중앙 돔을 가로지르는 레이저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바로크 레이저»의 핵심은 홀로그램에 가까운 3차원 이미지를 영사하는 장치로서 레이저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었다. 백남준은 성소 앞에 거즈로 된 커튼을 드리우고 레이저 프로젝터로 머스 커닝햄이 춤 추는 비디오를 RGB 세 가지 색으로 투사하여, 마치 홀로그램처럼 성소 주변을 맴도는 삼차원의 공간감을 연출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핵심은 빛이다. 백남준은 붉은 레이저 광선으로 촛불이라는 과거의 자연 빛과 현재의 빛인 비디오 그리고 미래의 빛인 레이저를 연결했다. 빛을 내는 다양한 기술들이 서로 대화하는 가운데 우리는 바로크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가진 다양한 시간을 여행하게 된다.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의 교회 구조물 밖으로 나가면 큰 유리창을 통해 박물관 외부의 조경을 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 같은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공간은 관람객에게 1995년 «바로크 레이저»가 전시되었던 독일의 로레토 교회의 주변을 산책하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산책로처럼 조성된 공간엔 백남준의 <슈베르트>, <밥 호프>, <찰리 채플린>이 전시되어 있다.

<촛불 하나>를 설명하는 이수영 학예연구사
<촛불 하나>는 초를 하나 밝히고 그것을 카메라로 찍은 뒤 이를 다시 여러 대의 삼관식 프로젝터(CRT 프로젝터)를 이용해 벽에 투사하는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백남준 탄생 80주년에 전시 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전시되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주변의 공기를 따라 움직이는 촛불의 불꽃을 촬영해 영상 신호를 실시간으로 프로젝터로 보내고, 프로젝터는 비물질적이고 전자적인 이미지를 벽에 투사한다. 투사되는 이미지는 빛의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색으로 번지는데 이는 RGB 세 가지 색의 브라운관을 통해 각각의 화면을 만든 뒤 이를 합쳐 내보내는 방식인 삼관식 프로젝터의 기술적 특징 때문이다. 백남준은 이 부분을 조작하여 각각의 브라운관에 투사되는 이미지가 완전히 합쳐지지 못하게 하여 영상은 RGB가 분리된 상태로 투사된다. 각 튜브에서 나오는 빛이 겹치는 부분만 빛이 혼합되어 다채로운 빛을 만들어낸다. 백남준은 ‘촛불 하나’라는 제목을 통해, 이 모든 환경이 과거의 기술과 자연을 상징하는 하나의 촛불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이제는 이 빛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기술 미디어의 능력과 비디오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백남준, <촛불 TV>, 1965 (1969), 34x36x41cm, 초 1개, 철제 TV 케이스 1대,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촛불 하나> 전시 공간을 벗어나 바로 왼쪽을 보면 백남준의 <촛불 TV>를 감상할 수 있다. <촛불 TV>는 오래된 텔레비전의 내부를 비우고 대신 그 안에 초를 하나 밝혀 놓은 작품이다. 일반적인 전자 기계는 복잡한 기술을 블랙박스 속에 숨겨 사람들이 기술을 이해할 수도, 접근할 수도 없게 하지만, 백남준은 오히려 기술 구조를 밖으로 드러내어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작품을 이해하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촛불이 가진 상징성은 기술과 대비되는 강렬한 시적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빛과 어두움, 명상과 기술, 촛불이 지닌 신성함과 대중문화의 세속성 사이의 긴장과 대립이 연출된다. <촛불 TV>는 텔레비전의 전기적 빛을 물질을 태워 빛을 만드는 촛불로 대체해 텔레비전의 전자적이고 비물질적인 속성을 역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텔레비전의 전원을 올리는 대신 촛불이 다 타면 사람이 직접 새것으로 교체하여 다시 불을 밝혀주어야 한다. 이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이 오래된 기술인 촛불에 의해 대체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기술의 본질을 밝혀준다.

<비디오 샹들리에 No. 1>을 설명하는 이수영 학예연구사
백남준이 제작한 첫 번째 샹들리에인 <비디오 샹들리에 No. 1>은 흑백 텔레비전을 촛불 삼아 이미지와 빛을 내고, 늘어뜨린 전선과 작은 LED 전구로 텔레비전을 장식한 작품이다. 샹들리에가 공간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고, 그 자체로 부와 성취, 높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는 맥락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 작품은 미디어로 인해 달라진 우리의 공간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 그 당시 획기적인 제품이었던 무선 휴대용 텔레비전인 텔레스타 흑백 CRT 모니터를 작품에 이용해 가상의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는 백남준이 더 이상 공간에 구속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고 실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비디오 샹들리에 No.1>은 우리에게 흑백 텔레비전 속 오래된 영상과 매체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한편, 촛불을 밝히는 과거의 기술로부터 무선 통신의 최신 기술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넘나드는 백남준의 기술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비디오 샹들리에 No.1'과 '삼원소'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의 <삼원소>는 1997년부터 3년여에 걸쳐 만들어진 백남준의 세 가지 레이저 작품인 <원>, <사각형>, <삼각형>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 1995년 무렵부터 백남준이 레이저를 이용해 ‘천지인’의 사상을 형상화하고자 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이 세 가지 기하학적 도형이 한국 전통문화에서 천지인을 나타내곤 하는 ‘원방각’임을 짐작하게 한다. <삼원소>는 각각 원형, 사각형, 삼각형 모양의 목재 틀에 거울들이 달린 상자 구조 밑에 레이저를 비롯한 기술적 구성품을 설치한 작업물이다. 내부의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의 레이저 광선을 비추고, 이 빛은 전압으로 속도가 조절되는 DC 모터에 의해 빠르게 회전하는 프리즘에 투사된다. 계속 회전하는 프리즘으로 인해 빠른 속도와 다른 각도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레이저 광선은 한정된 공간을 무한한 깊이의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백남준은 레이저 작업의 시기를 ‘포스트 비디오’라 칭하는데 무엇보다 빛에 천착하였던 백남준의 예술 세계가 비디오 이후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매체 감각을 찾아 레이저로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근본적으로 변화해 온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을 레이저가 다시 한번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백남준, <시스틴 성당>, 1993,
가변크기, 비디오 프로세서 2대, 프로젝터 34~42대, 비계구조물,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울산시립미술관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이자 중심이 되는 또 다른 작품인 <시스틴 성당>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전시됐던 작품을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공간으로 옮겨온 작품이다. 백남준은 천장이 높은 독일관 가운데 비계를 쌓아 올리고 프로젝터를 매달아 영상이 벽으로 투사되도록 했다. 이 구조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성당의 벽화를 20m 높이의 비계 위에서 그렸다는 역사적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비계 위에 고통스럽게 벽화를 그렸던 화가가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투사하는 프로젝터로 대체된 것이다. <시스틴 성당>에선 물고기 떼와 성조기, 요셉 보이스 등의 다양한 영상이 무작위로 재생된다. 다양한 비디오 푸티지로 구성된 4채널 영상이 위치를 계속 바꾸어 재생되는데, 백남준은 이러한 무질서한 이미지를 바이러스처럼 엄청나게 증식시켜 불변의 건축 공간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장식한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채영 학예운영실장, 김성은 관장, 이수영 학예연구사, 이인수 연출가, 김윤서 학예연구사
전시 투어 후 이채영 학예실장의 사회로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김성은 관장과 이수영 학예연구사와 함께 백남준 탄생 90주년 연계 행사인 창작극 <오페라 샬로트로니크>을 연출한 이인수 연출가, 심포지엄 <우정을 연주하다: 요나스 메카스와 백남준>을 기획한 김윤서 학예연구사가 참석하여, 전시는 물론 백남준 탄생 90주년 연계 행사에 대한 소개와 기획 의도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오간 여러 문답 중 전시와 관련된 질문들만 추려보았다.
Q: 백남준 작품 <다다익선>이 전시 중 고장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이번 <바로크 백남준>에 전시될 작품의 고장에 대한 대처나 대비책이 궁금하다.
A (이수영 학예연구사): 우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CRT TV를 많이 확보해 놓았다. 또 이런 제품과 부품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에서 아직 생산이 되고 있어 제품 공급이나 수리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관련 부품 수리 기술을 가진 전문 테크니션의 도움을 항상 받고 있으며, 특수한 모니터의 경우 플레이 시간과 전시 기간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다른 소장 작품들도 수장고에 보관하면서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다.
A (김성은 관장) : 백남준 작가의 작업을 소장하고 있는 타 소장처와 함께 그의 모니터 형식의 작업은 물론 영상물들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있어서 의논할 문제와 쟁점들이 많이 있다. 이런 얘기를 열린 자리에서 나누면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미술관이 가야 할 길인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백남준 탄생 90주년인 올해가 이런 논의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시스틴 성당> 같은 작품이 왜 대중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는지에 대한 학예사의 개인적인 견해가 궁금하다.
A (이수영 학예연구사): <시스틴 성당>의 경우 장소에 특정해서 강력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특정 장소에서 작품이 주는 경험이 주요하다는 생각으로 인해 이런 작업을 미술관이라는 공간 안으로 옮겨오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 변환에 시간이 걸려 그간 작품이 대중들에게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Q: <삼원소>의 소장 계기가 궁금하다.
A (이수영 학예연구사): 백남준아트센터 설립 전부터 스튜디오와 소장품과 관련해 깊은 논의를 하며 작품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백남준아트센터와 스튜디오 모두 백남준의 긴 예술 여정의 보여줄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때문에 초창기 텔레비전 시절의 작품부터 비디오와 레이저 작업인 <삼원소>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Q: 백남준 탄생 90주년이 된 지금, 그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관객이 얻을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이수영 학예연구사) :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백남준의 대규모 미디어설치 작업과 레이저 작업을 복원하여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 준비 과정을 통해 과거의 기술들이 사라지지 않고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백남준이 했던 실험과 그의 과거의 작품을 돌아보는 일이 앞으로의 미술계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러한 메시지가 관객에게 닿아 전시장이 관람과 함께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
A (김성은 관장) : 백남준 작가는 오랜 세월 활동하며 문화적인 소통과 세계 평화를 부르짖었다. 한때는 예술가들이 부르짖는 이러한 메시지들을 이상주의자의 치기 어린 생각쯤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지만,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국제 정세의 혼란 속에서 예술이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예술의 힘을 믿어보게 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객이 이번 전시를 통해 그러한 예술의 힘을 다시 한번 믿어보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김성은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인물이기보다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새로운 의미와 기쁨을 선사하는 백남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하며, “백남준의 생일에 맞추어 특별하게 준비한 이번 전시가 ‘우리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다’는 말처럼 모두가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정보
- 관람시간 : 10 :00- 18 :00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 매주 월요일, 추석 당일 휴관)
- 입장료 : 무료
- 문의 : 백남준아트센터 031)201-8500
정세영 jsy989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