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지그너
2007.9.29 - 2008.1.27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스위스 작가 로만 지그너(1938년생)는 자신의 작품 속에 물, 불, 공기 등이 갖는 조각적인 성격을 연구, 첨부해 넣음으로 해서 이미 60년대 이후로 점차 확장된 조각개념이 더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의 조각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조각재료 대신에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물건들 즉 책상, 의자, 물통, 자전거, 지팡이, 장화, 풍선 등이 우선 등장하며, 이들은 단독으로가 아닌, 물, 불, 바람, 모래 등의 자연 특성, 아니면 로켓이나 다이너마이트 등의 폭발적인 현상과 함께 단지 찰나의 순간만을 공유하고는 이내 변형되거나 사라진다. 실험과정, 아니 작품이 실현되는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모든 과정은 가능한 한 거의 정밀하도록 완벽하게 준비되지만, 계산할 수 없는 그러니까 인간의 힘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자연변이의 등장은 지그너의 작품을 숨막히는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지그너의 작품들은 ‘순간의 조각’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지그너는 그 순간들을 비디오나 사진을 이용해서 기록해 둔다. 여기 함부르거 반호프에서는 그 외에 도 오브제, 드로잉, 영화 등 로만 지그너가 그 동안 추구해온 전 창작세계를 대언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대할 수 있다.





야니스 쿠넬리스 : 미로
2007.11.8 - 2008.2.24 베를린 노이에 나치오날갤러리


야니스 쿠넬리스(1936년 그리스 생)는 마리오 메르츠와 함께 아트 포베라의 창시자로 활동을 하면서 당시의 기존 유럽 미술개념을 부정하고 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꾸준히 추구해온 작가중의 하나이다. 이번에 쿠넬리스는 베를린의 노이에 나치오날 갤러리 1층의 유리 벽 앞 여기저기에 그의 거대한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으며, 또 건물의 가운데에는 약150개의 철판(각 180×250cm)을 이어서 미로란 작품을 설치해 놓았다. 입구와 출구가 동일한 그 미로속에는 쿠넬리스가 50여 년에 걸쳐 제작했던 작업들의 결정체 20여 점이 하나씩 베일 속에 가려진 의미와 함께 관객을 맞는다. 철판 벽 위엔 석탄들이 올려져 있고, 그 벽들로 이어진 미로를 지나칠때마다 나타나는 장면들은 즉, 삐쭉 삐쭉 나온 네 개의 칼날들, 불꽃이 가물거리는 초 한 자루와 삶과 죽음이라는 단어, 눈 높이에 놓여진 계란 하나, 솜 위에 얹힌 죽은 파리 한 마리, 포대자루에 담긴 각종 곡식, 석탄으로 채워져 있던 포대자루들, 고깃간에서 사용하는 고리에 걸린 겨울코트들, 층층이 매달린 커피 피라미드 등등은 마치 초현실주의 영화를 한 장면씩 관람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쿠넬리스는 주로 유기체적이거나 무기체적인 것, 영구적이거나 순간적인 재료들을 그의 작품에 사용하고, 그것의 대조와 모순을 제시하는데, 사실 쿠넬리스 작품의 내용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단지 지나간 과거와 기억이 그의 작품들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한데, 어쩌면 그래서도 그 베일에 가려진 신비가 관객의 기억 속에 심리적인 긴장감으로 강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제프 월 : 노출
2007.11.3 - 2008.1.20 베를린 독일 구겐하임 미술관


독일 구겐하임 미술관은 캐나다 출신의 사진작가 제프 월이 이 전시를 위해서 특별히 제작한 커다란 흑백사진 4점들과 이전의 칼라사진들을 보여주고 있다. 70년대 말부터 라이트 박스에 거대하게 확대한 슬라이드 필름을 부착 즉, 평면작업인 사진에 빛의 화려한 효과를 접목시켜 스스로 빛을 발하며 입체적인 환상을 부여하는 그림을 제작함으로 유명해진 제프월. 90년대 중반부터 그는 거대한 흑백사진도 제작하기 시작하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의 상황을 제시하면서도 스냅사진의 성격을 제시하는 제프 월의 사진들은 그러나, 스냅사진의 우연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철저하게 설정, 연출된 상황이 포착된 장면들을 보여준다. 제프 월은 주로 그 장면들의 영감을 인간의 고독, 사회적인 소외, 범죄, 가난, 실업, 인종차별 등이 수반하는 현실사회의 문제 등, 주로 도심에 묻힌 현대인의 삶 속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흑백사진들 중에선 연출되지 않은 한 냉동공간의 사실적인 모습을 대할 수 있었는데, 현실의 상황을 재현함으로 순간을 동결해 놓았던 제프 월은 아마 이 냉동공간 속의 모습 속에서 자신이 만든 대부분의 작품들이 주는 느낌을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