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청 산하기관화
새정부, 행정기관으로 취급
문화계 인사들 걱정 태산
요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넘쳐난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청 산하기관화’라는 차기정부 최초의 문화정책이 ‘사라지는 반만년 역사’가 되지 않을까 하여 뜻 있는 문화계 인사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사실 문화 관련 업무는 문화부 소관이다. 하지만 매장문화재 발굴과 조선황실 재산관리가 주 업무였던 문화재청이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구호를 시작으로 커지더니 ‘참여를 허용’받았던 사람들의 맹활약과 문화적이지 못했던 ‘측근’들에 의해 그 조직은 ‘실리콘 넣고 성형수술’ 하듯 부풀었다. 그리고 이제 한국문화의 전통이며 상징인 국립중앙박물관을 흡수해서 문화재 관련업무를 일원화한다는 명목으로 거대 공룡처럼 커질 모양이다.
그런데 박물관이 문화재만을 다루는 공간이자 행정기관일까. 문화부도 새삼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편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영혼이 없는’ 그들 속성상 면피용에 가깝다. 하긴 참여정부에서 국립현대미술(박물)관을 ‘행정형 책임운영기관’으로 스스로 지정했으니 이제 와서 새삼스레 박물관이 행정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문화재청은 대부분 행정인력들로 구성돼 문화 또는 문화재 업무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문화재 업무를 위해서 ‘문화재위원회’나 ‘전문위원’제도를 두고 이들의 자문, 결정을 토대로 업무를 집행해왔다. 때로는 ‘연구 및 발굴 용역’을 통해 자리를 보전해왔다. 문화계의 학식 높고 덕망 있는 인사들을 위원으로 모시고 이들을 앞세워 조직확대에 진력한 셈이다.
지금까지 문화재청은 원무과 직원들이 전문의들의 자문을 받아 진찰하고 수술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구조였다. 유능한 의사라 할지라도 행정직원들이 대신 수술하는 마당에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길 경우 대처할 방법이 없다. 이런 구조라면 의료사고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여기서 원무과 직원들의 의료행위가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자 병원장으로 ‘개코인사’인 전문의를 초빙했다. 전문의가 기관의 수장이 되었다고 그 소속원들 모두가 하루아침에 전문가가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 참여정부와 코드가 맞았던 전문의를 앞세워 살림을 늘리고 조직을 확대하더니 이제 ‘국립중앙박물관’을 문화재청 산하로 두는 안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 개편안은 의료국에 소속된 의사들을 원무과 또는 행정지원처에 배속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규모만 종합병원이지 원무과 직원들이 대부분인 병원에 생명을 맡길 환자와 보호자가 몇이나 될까. 이번 일을 발의하고 추진한 인사들은 과연 이런 병원에 입원하라면 할 것인가.
대한민국 행정조직의 가장 큰 병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부분 행정전문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전문가 집단은 계약, 일용직 또는 자문위원에 불과한 사실이다. 따라서 조직개편안이 나오면 전문인력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구조조정 ‘0순위’가 되고 만다. 정부조직 개편은 이런 모순을 바로 하려는 대전제 아래 시작돼야 한다.
개편안에 대한 대안은 간단하다. 지금까지의 모순을 적시해 문화재청 업무 중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고 현재 분산된 문화부 내의 박물관, 미술관 업무를 관장할 실.국을 두는 방향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 개편의 전제는 효율성과 함께 ‘문화는 문화재의 상위개념’이라는 학문적 대전제를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는 정부조직개편안이 옳다면 타협하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반대로 조금 빗나갔다면 지체 없이 수정하는 것도 새로운 권력에 거는 국민의 기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운하 건설 등 이명박 정부의 중차대한 정책을 기회 삼아 순리와 원칙을 거스르면서 자신의 조직만 확대하려는 세력도 함께 경계해야 할 것이다.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할 일이 너무도 많은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헤럴드경제 200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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