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그 서문 & Curating 〕
2012도어즈아트페어 특별전
The Alchemy of Images
이미지의 연금술
기획 : 김성호(미술평론가)
이 특별전은, 혼돈의 질료로부터 황금과 불로장수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고대 연금술사들의 무수한 실험들을 추적하는 5명의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필자는 이들이 선보이는 전시를 ‘이미지의 연금술’이라 칭해본다. 전시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들은 재료의 물성을 치열한 실험을 통해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만의 새로운 조형언어를 창출한다.
김수철은 아크릴 물감과 석분을 섞어 패널 위에 올려 만든 후, 그 위에 흑연가루를 바인더와 섞어 발라 연금술을 펼칠 검은 바탕을 만든다. 이어 그 표층을 문질러 빛나는 흑연광(光)들을 만들거나 그것을 조각도로 파 올려 영묘한 저부조의 입체들을 만들어내면서, 물성과 빛이 만나 창출하는 신비로운 연금술을 실험한다.
김수철 작
이상민에게도 빛이란 유리의 물성을 실험하는 그의 연금술을 가시화하는 통로이다. 그는 두꺼운 유리의 뒷면을 깎아 만든 사물이나 추상 이미지를, 물의 파동과 수면의 일렁임과 같은 신비한 분위기로 탈바꿈시킨다. 마치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세계를 넘나드는 4차원의 세계처럼 영묘한 작품 이미지는 빛의 투과와 굴절 효과를 실험한 그의 끊임없는 이미지의 연금술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이상민 작
임정은의 작업에서 빛은 아예 물성과 납작하게 붙어있는 한 몸처럼 보인다. 유리의 몸체에 모래치기(sandblasting)를 통해 유리의 투명/반투명/불투명을 실험하거나, 스텐실 기법을 통해 물감 층을 유리의 몸체 위에 올리고, 그것을 가마에 구워내 착색시켜냄으로써, 유리가 만드는 다채로운 빛과 색의 향연을 우리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임정은 작
상기한 3명의 작가들이, 빛과 재료가 만나 벌이는 연금술적 효과에 천착한다면, 안재홍과 문주호는 재료의 물성 자체가 벌이는 변주효과에 집중한다. 안재홍이 굵기가 다른 동선들을 마치 인체의 핏줄이나 힘줄로 변주해내면서 인간 존재론의 문제를 탐구한다면, 문주호는 물질에 사건을 개입시켜 ‘파열 이전의 사물’과 ‘파열 이후의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시간의 침투를 통한 물성의 변주와 낯선 이미지의 개입을 탐구한다.


안재홍 작
문주호 작
황금으로 대별되는 ‘현자의 돌’을 발견하고자 했던 고대의 연금술은 끝내 실패했지만, 현대의 작가들에게 물성에 관한 치열한 실험정신을 미덕으로 남겨주었다. 오늘날 ‘상상을 현실화시켜 내려는 프래그머티즘으로서의 연금술’이란, 이미 일상과 똑같아졌다는 이유로 위기에 내몰린 현대미술을 붙드는 힘이다. 질료들을 끝없이 실험하면서 ‘자신만의 연금술’을 창출하는 5인의 ‘마술적 이미지’ 앞에서, 우리는 판타지에 대한 신비로운 경험과 더불어 현대미술이 펼치는 물성에 관한 진지한 철학적 사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작가 : 김수철, 이상민, 임정은, 안재홍, 문주호
출전 /
김성호, "이미지의 연금술-도어즈아트페어 특별전", Doors Art Fair 2012, 카탈로그, pp.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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