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미술 시장, 미래를 준비해야
지난 2월 1일,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이 공개돼 뉴스의 초점이 됐다. 2002년 경매에서 715만9500달러(당시 환율로 90억원)라는 고가에 낙찰된 이 작품은,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입은 웃고 있는 모습이 만화처럼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는 것 같은 이런 작품이 어떻게 그런 비싼 값에 팔릴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많은 이에게 들었을 게다. 좋은 미술품의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예술가가 유명해지고 작품이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는지도 궁금해진다. 또 예술가는 본인의 작품이 고가에 거래됨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지니고 있지 않아 이익이 없을 수도 있다.
작품 유통을 위해선 예술 작품을 만들고 구상하는 예술가와 다른 역할을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작가가 작품을 생산할 때부터 여러 사람과 협력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렇게 제작된 작업은 전시회로, 나아가 판매로 이어진다. 예술가는 작업을 하고 미술계는 여러 시스템에 의해 작가를 찾는다. 전시 기획자는 전시 주제나 내용에 따라 작가를 찾고, 화랑은 각 화랑의 성격에 맞는 예술가를 발굴하려 한다. 리히텐슈타인이 젊은 작가였을 때 우연히 아들에게 그려준 만화 이미지를 당시 스튜디오를 방문했던 전설적인 화상 레오 카스텔리가 보게 됐고, 그는 이 만화 작품으로만 전시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의 제안이 없었다면 리히텐슈타인의 유명한 만화 이미지 작품들은 세상에 소개되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이런 우연한 기회가 예술가의 작업 방향이 바뀌거나 정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화랑에서나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보고 컬렉터는 소장품을 만들어 나간다. 미술관은 공익성을 목적으로 보여주거나 교육의 목적으로 전시가 되고, 화랑은 소장이 가능하도록 판매를 하는 곳이다. 평론가는 작품에 담긴 내용을 글로 풀어 쓰거나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미술계는 여러 시스템에 의해 예술가와 작품을 찾지만 동시대 미술에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을 자신의 관점으로 풀어나가는 것이어서 각기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다른 의견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리가 된다.
복잡한 미술 시스템을 미술계 밖에서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은 경매라는 방식을 선호한다. 거래되는 작품들이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쳤고 작품에 대한 정보와 작품 가격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접근이 용이하다. 하지만 경매에서 팔린 작품도 진위에 의문이 제기돼 공방을 벌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공적 영역의 개입이 이뤄지기도 한다.
미술은 회화·조각·비디오·설치 등의 미술품이 물질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그 가치를 매길 수 있기 때문에 투명한 형태의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국내 시장은 정보의 부재, 한정된 시장 때문에 국제 경쟁력이 부족하다. 국내 위주로 형성된 미술 시장이기에 젊은 예술가의 작업이 다른 나라의 그들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미술 시장을 보지 않고 판매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지금부터라도 보다 튼튼하고 국제 경쟁력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한다.
2007년은 한국 미술 시장의 최고점을 이뤘다. 하지만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1990년대 말 경험했던 외환위기 같은 공황이 미술계에 다시 올 수도 있다. 지금이라는 순간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올바른 시스템을 만들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올바른 정보가 활용되도록 다 같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현재를 뛰어넘는 멋진 미래를 생각해 보고 상상 속의 각기 다른 미래를 얘기해 볼 수 있는 공동의 장이 필요하다. 우리의 선택이 내일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을 생각하고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하자.
김선정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미술이론
중앙일보 2008.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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