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가론〕

김진경 



미적 감화를 모색하는 따뜻한 회화

 



 

김성호(미술평론가)

 

 



김진경의 회화에서는 색점으로 가득한 화려한 자태의 꽃(작품 Life)이라든가, 색색의 스펙트럼으로 펼쳐지는 무지개(작품 Rainbow) 혹은 파스텔톤의 온화한 색조가 가득한 멜로디의 조형화(작품 Music)가 눈에 쉬이 감지된다. 무채색보다는 명도와 채도가 높은 유채색들은 그녀의 그림을 산뜻하게 보이게 하거나 따뜻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김진경의 이처럼 ‘따뜻한 작품들’은 그녀가 주변에서 맞닥뜨리는 소재들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고, 그것들과의 “아름다운 시각적 관계”를 도모하는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시각적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그녀의 작품 〈design〉에서 볼 수 있듯이, 구두, 핸드백, 화장품 등 아름다움으로 치장하는 여성용품은 물론이고 테이블 위의 커피 잔, 머리에 쓰고 있는 헤드폰과 같은 일상의 오브제들과 같은 작품의 소재들은 분명코 그녀의 회화 언어에 있어서 ‘아름다움을 향해 나서는 동행자들’이다. 그것은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자연(물)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때로는 나무와 같은 말없는 자연 환경으로, 때로는 물고기와 같은 꿈틀거리는 생명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자연 역시 그녀의 ‘아름다움을 향한 여행’의 동반자들이다.

 


김진경,〈design〉

 

이처럼 그녀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시각적 관계’란 일상 소재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부터 비롯되어, 유채색의 따사롭고 화사한 색조들로 전개된다. 그녀의 나무들 연작들을 보라. 그것들은 때로는 어두운 바탕 화면 속에서 살포시 떠오르는 잔잔한 하프톤(halftone)의 나무들이거나 때로는 코발트블루가 싱그러움을 더하는 배경 속에서 신비로이 떠오르는 새하얀 나무들로 나타난다. 이처럼 일상 소재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유채색으로 대별되는 그녀의 회화는 순수미학의 이상을 견지한다.

 

이러한 말을 비판적으로 언급한다면, 그녀의 회화에서 ‘아름답다’라는 형용사의 범주는 다소 편협한 형식주의 미학에 근간하는 것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그녀의 회화는 beautiful(영), beau(불), schon(독) 등 인류의 언어가 공유하는 ‘본래 좋은, 적합한, 완전한, 하모니를 이룬’과 같은 근대적 의미의 ‘미적 가치’로부터 별반 다른 방향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은 그녀의 회화에서 ‘추(醜)’의 미학 따위는 애초의 미적 대상(Aesthetic object)으로부터 차단된 채, 진, 선, 유익, 쾌 등의 심미주의(Aestheticism)가 화면을 온통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다분히 ‘조형적 하모니’에 기초한 그녀의 작품에 대한 피상적인 시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작품에서 우리는 내밀한 작가 고유의 체험적 소산과 같은 흔적을 실제로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녀의 회화가 일상적 경험을 미적 경험으로 ‘별 다른 과정’ 없이 바로 희석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아픔과 상처”가 난무한 비루한 일상조차 미적 경험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순수한 조형의지’를 견지한 그녀의 창작태도로부터 기인한다. 이러한 창작 태도는, 그녀가 실제로 마스킹 테이프를 통한 다양한 표현기법 등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음에도, 미술사에서 살필 수 있는 초기 형태의 추상미술과 같은 독창적이지 못한 유형의 조형언어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할 위험을 내포한다.

 

그녀의 회화가 당면한 관건은 그녀의 순수하고 따뜻한 ‘미적 감화(感化)’ 속에서 몰아낸 회화적 ‘불협화음’을 이제는 새로운 방향의 창작을 위한 동인(動因)으로 새로이 모색하고 일정부분 다시 불러올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아름답다’는 판단은 인간의 “종(種)적 허영(Gattungs-Eitelkeit)”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 니체(Nietzsche)의 아포리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치유와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그녀의 따뜻한 ‘미적 감화’가 회화의 힘으로 보다 더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서정성에 매몰된 미적 가치, 미적 대상으로부터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회화적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그녀의 회화가 ‘미술을 통한 심리적 치유’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환과 더불어 ‘회화적 불협화음’에 대한 전향적인 포용 전략은 지금 이 시점에서 절실해 보인다. ●

 

 


출전 /

김성호, “미적 감화를 모색하는 따뜻한 회화”, (김진경 작가론), 평론 매칭 프로그램,『2012 수원신진작가 발굴전-하마하마(2012. 10. ~10. 15, 수원미술전시관)』, 전시카탈로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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