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문화강국은 문화재 보호부터
무자년 정월 초나흘날 이른 밤에 2층 누각에서 방화로 시작된 불길로 600년 성상의 문화유산인 숭례문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 지 보름이 다 됐다.
문화재 재난예방을 한 번이라도 실제상황으로 훈련했다면 적심 속의 화마를 온전히 잠재웠을 것이다. 때문에 목조건물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한 관계자들의 무지는 비난의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조상들은 초가에 불이 나면 지붕 위에 멍석을 덮어 겉불을 껐고, 와가는 기와를 걷어 내고 속불을 껐다.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을 잡고, 연소재를 손쉽게 제거하기 위해 건축물 주변에 물과 모래, 물통, 삼태미, 갈퀴, 삽, 도끼, 멍석 등을 방재장비로 비치했다고 한다.
목조 가옥은 화재가 발생한지 3분 이내에 진화해야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고, 7분 이내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소실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문화재 방재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고, 재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위기에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가까운 일본은 각종 재난에 대비하여 소방훈련과 지진 및 지진해일, 안전사고 등에 대처하는 평생교육을 실시하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실제 같은 훈련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불이나 지진, 해일 등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통합방재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 재난의 경우 그런 방재관리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가 지정 및 시ㆍ도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의 재난 예방과 위기관리 연계망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유기적으로 통합관리될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
2006년 5월 문화재청에서 재난 예방과 위기관리를 위해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실제 재난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것이 이번 숭례문 방화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숭례문 재난을 계기로 문화재청은 각종 재난에 대비하여 문화재 특성에 맞춘 방재시설과 기자재를 갖추고, 이를 과학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평생교육 지원과 전문인력 배치, 예산 지원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이 되고 문화재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재의 보호와 활용에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야 한다.
문화재를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를 지키고 가꾸고자 하는 국민의 정성과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예산 지원보다 중요한 것이 문화재 지킴이를 양성하여 그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재 현장을 지키고 문화재를 가꾸게 하는 것이다.
문화재의 온전한 보호와 튼실한 활용을 위해서 문화 전문인력뿐만 아니라 전국의 문화유산 자원봉사자, 담당 공무원, 관리 공익요원 등을 문화재 현장에 배치하여 자신의 책무를 온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문화재 재난 예방과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문화재 전문가 양성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문화재 전문인력 양성에 대해서는 프랑스 루브르문화재학교 운영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문화재 재난 예방과 위기관리에 대해서는 일본 호류지(法隆寺)와 도다이지(東大寺)의 화재 예방과 방재 관리 운영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 경주, 전주 등 고도와 문화재청이 관리하고 있는 5개 궁궐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지의 건축유산 재난 예방 및 위기관리 프로그램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숭례문 복구를 위해 해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복구작업도 시급하지만 고증을 기반으로 정밀한 복구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해야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방재관리의 문제점 규명, 불타 버린 숭례문에 대한 기록과 고증자료 수집, 숭례문 복구를 위한 국민 공감대 형성, 그리고 복구절차에 대한 검증작업이다.
숭례문 복구사업은 문화재 재난 예방과 위기관리에 교훈을 줄 수 있도록 총체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매일경제 200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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