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은 느린 에스컬레이터 같다. 흙과 황사가 조금씩 쌓이면서 역사가 되고 유적이 된다. 서울 신문로의 출판사 일조각 사옥 1층에 가면 지금 당신이 밟고 있는 바닥이, 실은 수백 년간 쌓인 문화의 맨 위층이란 걸 알 수 있다.
경희궁 터의 일부인 이곳을 공사하던 2004년, 땅 밑에선 조선시대의 유구(건축물 흔적)가 나왔다. 소유주는 일제 강점기와 광복 이후의 층까지 그대로 보존해 그 위에 건물을 짓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무실과 카페가 있는 이곳에서 강화유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세월의 때가 묻은 '역사의 장기지속(長期持續)'이 보인다.
- 조선일보 201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