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일반〕
베르그송, 들뢰즈의 철학에 내재한 가상현실 (3편)
김 성 호*
결론
이 논문은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철학에 기초하여 오늘날 디지털 가상현실을 분석하는 제반 문제의식들을 탐구하는데 집중했다. 이 연구는 다수의 이론가들이 현실을 실재라 정의하면서 동시에 가상을 이와 대비되는 비실재의 차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비판하면서, 이를 수정하려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다. 그것은, 두 철학자의 이마쥬의 존재론을 탐구하면서 가상현실의 가상이 이미 실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오늘날 가상현실 체험이라는 것이 베르그송에게서 잠재된 기억mémoire virtuelle으로부터 지각을 통해 이마쥬로 현실화되는 과정으로, 들뢰즈에게서 시뮬라크르 이마쥬가 운동하는 현실화의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본론에서 살펴보았듯이, 베르그송은 실재론(또는 유물론)과 관념론의 대립을 극복하려는 관점에서, 이마쥬를 물질로 간주한다. 들뢰즈는 베르그송의 이마쥬론을 계승하면서 시뮬라크르 이마쥬의 운동에 보다 더 집중한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가상현실은 베르그송의 기억과 같은 잠재적 공간이며, 그것에 대한 체험은 베르그송의 지각이 창출하는 물질적 이마쥬에 대한 체험이자 들뢰즈의 특이성이 창출하는 사건으로서의 운동-이마쥬와 맞부딪히는 경험임을 알게 해준다. 가상현실 체험은 인간 주체가 필연적으로 현실계에서 경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인간 주체의 지각에 의해서 경험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를 심화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날 가상이 현실화되는 과정, 즉 가상현실 체험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오늘날 가상현실 체험은 비물질인 비트가 현실화를 통해 물질/현실이 되면서 성취된다. 이러한 체험에는, 가상현실(VR)과 복합현실(MR)이 때로는 가상현실과 가상공간이 혼성되어 있어 그 경계 자체가 식별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게다가 매개하는 미디어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설정되는 이마쥬의 투명성 차원인 비매개성immediacy과 과매개성hypermediacy의 구분마저 모호한 경우도 있다. 그것은 베르그송의 직관intuition으로 한편으로 들뢰즈의 정신분열증schizophrénie으로 대면하는 세계가 된다. 특히 들뢰즈에게서 그것은 ‘-이다etre’의 영역이 아니라 재현될 수 없고 한계지어질 수 없는 ‘-되다devenir’의 차원인 ‘사건’이 우리와 부딪히는 지점이다. 또한 이것은 들뢰즈 식의 주름과 다양체 그리고 기관없는 신체와 알과 같은 공간이 실재라는 점에서 한 없이 투명하지만, 현실화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무한한 잠재적 존재라는 점에서 불투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 가상현실을 투명성과 투명성이 한데 뒤섞인 반투명한 실재로 재정의하게 된다.
이것은 비관론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이다. 이것은 끊임없이 변모하는 세계이다. 그 곳에는 우리의 새로운 신체를 존재한다. 그것은 베르그송의 투명한 신체(지속에 관여하는 체험적 삶의 주체라는 점에서)와 들뢰즈의 불투명한 신체(알과 같은 정신분열증적 주체로서, 주체의 위치를 끊임없이 포기하고 타자에 의해 그것이 유동한다는 점에서)가 함께 어우러진 반투명한 신체이다. 이러한 새로운 신체에 대한 요구는 가상현실(VR)에의 완전한 몰입 자체가 불가능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실계에서 벌이는 복합현실(MR)의 경험이 유저의 신체적 정체성을 계속 훼방하기 때문이다. 향후 예측할 수 없으리만큼 급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는 가상현실의 장에 있어 이처럼, 불투명성으로부터 반투명성, 나아가 투명성으로 전개되어가는 ‘변환에 대한 사유’나 그에 따라 필요해진 ‘새로운 신체에 대한 사유’는 절대적 과제이다.
결국 우리의 논의에서, 디지털 가상현실과 디지털 가상현실 체험을 이해하는 관건은 반(半)투명으로서의 가상현실과 반(半)투명으로서의 신체를 정의하는 일이다. 가상현실 체험의 신체는 베르그송의 투명한 신체(지속에 관여하는 체험적 삶의 주체라는 점에서)와 들뢰즈의 불투명한 신체(주체의 위치를 끊임없이 포기하고 타자에 의해 그것이 유동한다는 점에서)가 함께 어우러진 반투명한 신체이다. 그런 면에서 제론 레니어의 가상현실에 대한 사유나 장자의 호접지몽에 드러난 사유 자체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베르그송, 들뢰즈의 철학에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베르그송은 가상현실에서의 이마쥬의 존재론과 현실화 과정과 관련한 철학을, 들뢰즈는 가상현실체험에서의 시뮬라크르의 운동-이마쥬와 특이성이 창출하는 사건과 관련한 철학을 통해서 오늘날 디지털가상현실 담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나아가 우리는 두 철학자의 지각 주체에 대한 이론을, 디지털 가상현실 시스템과 가상현실 체험에 대해 분석에 적용함으로써, 가상현실 체험에서 요구되는 주체의 새로운 신체적 위상을 ‘반투명한 신체’로 제안할 수 있었다. 이렇듯 베르그송과 들뢰즈는 디지털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이마쥬의 존재론에 관한 현대적 사유를 생산해냄으로써, 오늘날 첨단의 디지털 가상현실을 설명하는 여러 담론에 관한 철학적 지평을 열어놓고 있다고 하겠다.
주제어:
베르그송H. Bergson, 들뢰즈G. Deleuze, 가상현실réalité virtuelle, 이마쥬image, 잠재태virtualité, 실재réalité, 현실화actualisation, 운동-이미지image-mouvement, 반투명성demi-transpa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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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략.
<Note> 주석 & <Résumé>요약문
출전 /
“베르그송, 들뢰즈의 철학에 내재한 가상현실”, 학술논문,『 프랑스학연구 』, 프랑스학회, 62호, 2012 11. 15, pp.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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