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rating & 카탈로그 서문〕
검은 성자(聖者)와 하얀 악마(惡魔)
(검은 성자와 하얀 악마-김수철, 신원재 2인전, 2013. 7. 5 ~7. 18, 쿤스트독갤러리)
책임기획 : 김성호(미술평론가)
신원재_Mr. 곰탱이_부분_Mixed media_공간 내 가변적 설치_2013
예전에도 그랬듯이, 성자와 악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서로의 적자'의 자리에 거하면서 우리의 지혜를 흐리고 현혹한다. 성자는 칠흑의 어둠 속에서 버려진 것들과 함께 신음하면서 자신의 도(道)가 성취되지 못하는 현실에 한탄하는 이 시대의 주정뱅이로, 악마는 현자(賢者)의 옷을 뒤집어 쓴 채 자신의 음험한 욕망을 현실 속에서 만끽하는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현시된다. 모두 알고 있는 이러한 두 위계는 때로는 육화된 신성체와 같은 동일한 정체성으로 현현(顯現)하거나, 때로는 비루한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비열한 시정잡배와 같은 쌍둥이의 모습으로 출현하기도 한다. 혹은 두 위계가 각자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남아 서로를 섞으면서 연애하고, 결혼하며 분탕질치기도 한다.
오늘날 양자는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성자도 악마도 더 이상 아니다. 두 분은 혹은 두 놈은 같은 '분/놈들'일 따름이다. 누구 때문일까? 성자 때문인지 악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결론은 두 '분/놈'이 결국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모두 알고 있는 이러한 양태는 이번 기획전에서 '검은 성자와 하얀 악마'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우리에게 환기된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김수철, 신원재는 각기 전자와 후자의 역할을 -기획자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없이 그저 전시명의 역할 분담 차원에서- 떠맡았지만 그것에 대한 해석은 순전히 이들의 몫이다.
구작을 포함해 신작을 선보이는 김수철은 원래 검은 그림을 그려왔던 탓에 형식적으로는 주제어를 비교적 쉽게 잠식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김수철_무제_변형패널에 흑연_그을음_돌가루_100x190cm_2010

김수철_무제_변형패널에 흑연_그음을_돌가루_122x122cm_2010

김수철_무제_변형패널에 흑연_그음을_돌가루_120x120cmx2EA_2010

김수철_무제_변형패널에 흑연_그음을_돌가루_56x360cm_2010
반면, 신원재는 제시된 전시명을 조형적 언어로 수렴하기 위해서 완전히 '맨 땅에 헤딩'하는 입장에서 신작을 준비해야만 했다.
신원재_Mr. 곰탱이_Mixed media_공간 내 가변설치_2013
신원재_Mr. 곰탱이_Mixed media_공간 내 가변설치_2009
신원재_Mr. 곰탱이_Mixed media_공간 내 가변설치_2013

신원재_Mr. 곰탱이_Mixed media_공간 내 가변설치_2013
상황이 어땠든 양자 모두 불친절한 기획자와 별 상관없이 자신만의 전시 재해석을 지금까지 훌륭히 진행 중이다. 전자는 더 장엄한 모습으로 비루한 면모를, 후자는 더 귀여운 모습으로 음험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그동안 그노시스(Gnosis)라는 비물질적 주제를 배경으로 마티에르 가득한 저(低)부조 형식의 물질적 회화를 구축해온 김수철의 '연금술적 미학'과 더불어 '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은 향수적 내러티브를 장대한 '조각적 설치'의 언어로 스펙터클하게 구현해 온 신원재의 '피터팬증후군(Peter Pan Syndrome)의 미학'을 함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그간의 작품 세계가, 성자와 악마로 은유되는 오늘날 현 상황을 어떻게 재해석함으로써, 구현될 지 자못 궁금하다. 해석의 자유를 무한정 부여받고 고민에 휩싸인 두 작가의 새로운 작품의 진면목을 눈을 뜨고 계속 기다린다. 오프닝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
김수철
과거에 했던 작품으로 진행하되 평면작업으로 큰 작업을 새로 진행합니다.
(중략)
제명은 ‘고르디아스 매듭 다시 묶기’입니다. 아니면 도덕경에 나오는 ‘천망- 하늘그물’로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풀 수 없는 난제! 그러나 모든 것을 끌어안고 있는, 그것은 자연 혹은 우주의 본래 모습 아닐까요? 알랙산더는 그것을 단칼에 잘라 버렸다지요. 서구적 사유의 극단을 보는 듯 합니다. 시각을 통해 그 의미를 제방법론으로 담아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제명은 시점적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제작업의 면모와 연결되는 지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요번 전시는 형님께 누를 끼칠 것만 같네요. 자료 준비가 서툴러요. 연작 중 세 번째 작품이 있는데 발표 안 한 작품입니다. 같이 전시하는데 역시 사진을 안 찍어 놨네요. ㅎㅎㅎ
시간이 되면 작업실 들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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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재
작업 노트를 몇 줄 적어 보내려고 했는데 그것보다는 형과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의 저를 설명하는 편이 더 좋은 것 같아 몇 줄 적습니다.
(중략)
이번 전시할 작품이 다음 개인전을 준비하기 위한 과도기적 작품이지만 아마 지금 제 심리 상태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입장 정리, 아니면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에 대한 반감이라고 할까요.
가칭 ‘Mr. 곰탱이’라 지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속 깊이 상처 받고 아파하면서 겉으론 잘 이겨내는 척하는 분절된 제 삶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곰탱이 작품과 연계해 신작을 하나 할 건데요. 형한테 전시 제의를 받았을 때 문득 신작을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저에게 필요한 전시를 갖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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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김성호, '검은 성자(聖者)와 하얀 악마(惡魔)' ,카탈로그, (검은 성자와 하얀 악마-김수철, 신원재 2인전, 2013. 7. 5 ~7. 18, 쿤스트독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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