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 6.8 파리 프랑스 국립도서관 리슐리외 전시장
BNF가 ‘캐리커처의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도미에(Daumier, 1808-1879) 탄생 이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를 기획했다. BNF의 판화 사진부가 소장하고 있는 석판화 4,000여 점 가운데 선별해 이번 전시에 소개한 220점의 작품들은 7월 왕정부터 제 2제정의 몰락까지 수차례의 혁명과 정치 체제의 변화를 겪으면서 프랑스 사회에 불어 닥쳤던 격동의 세기를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한 편의 ‘인간 극장’을 구성하고 있다. 전시는 도미에 자신의 밑그림과 석판본 작업, 채색화가와 삽화 설명작가들과의 공조 작업, 그리고 중간에 언론 검열의 개입과 그로 인한 수정을 거쳐 마지막 인쇄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석판화 제작의 전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작된 도미에의 작품들은, 물론 그 동안의 기법적이고 양식적인 전개를 통해 어떻게 ‘판화의 대가’가 탄생했는지 보여주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상식을 뛰어넘는 프레임과 재치 있는 조명효과의 구사 등, 어떻게 그가 예술의 혁신을 이루었고, 어떻게 그의 작품들이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를 예고하고 있었는지 도미에의 미술사적 위치를 짚어주고 있다.

젤리틴의‘라 루브르-파리’
2.14 - 5.11 파리 파리시립근대미술관
미술관은 더 이상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곳만이 아니다. 현대 미술가에게 그것은 예술작품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거나 권위적인 미술관의 한계에 도전하는 역설의 장이기도 하다. 볼프강 간트너(Wolfgang Gantner), 알리 얀카(Ali Janka), 플로리안 라이터(Florian Reither) 그리고 토비아스 우어반(Tobias Urban), 이렇게 네 명의 젊은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오스트리아 그룹 젤리틴(Gelitin)에 의해 세계 최고의 박물관 루브르가 전혀 다른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루브르는 이제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수호하는 엄숙하고 경건한 예술의 성전이 아니라, 광란의 축제의 장이고 유희의 공간으로 변했다. 고전적 미학의 모든 엄격한 기준들은 자유분방하고 때로는 선정적인 욕망과 환희의 표출로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전시장은 미술관의 주변적 공간이었던 서점이나 휴게실 심지어 화장실과 주범이 된다.
값진 고고학적 유물들은 하찮고 흔한 캐러멜과 치즈 조각, 혹은 화장지로 대체됐다. 모나리자의 유일성은 그들이 아무렇게나 내키는대로 재현한 수많은 복제 그림들로 분해 돼 버렸다. 특유의 전복적인 유머감각으로 근대미술관의 ARC 전시장 전체를 루브르박물관으로 재구성한 이번 전시는, 미술에서 전통적인 미적 가치의 기준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있긴 하다. 하지만 예술가의 창작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예술인지에 대한 혼란은 더 깊어질 것 같다.

카렌 크노르의 우화
1.15 - 5.11 파리 사냥과 자연박물관
보통 우화 속에서 동물은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면서, 역으로 인간을 조롱하거나 비판한다. 하지만 카렌 크노르(Karen Knorr)의 ‘우화’속에서 동물은 인간으로 의인화되지도 않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는다. 우화의 이런 일반적인 코드에서 벗어나 크노르의 동물들은 박물관처럼 철저하게 동물들에게 통제된 영역을 활보한다. 오직 ‘재현’의 형태로만 자연을 허락하는 공간 속에 놓인 야생의 개입은 현실에서는 결코 섞일 수 없는 이 두 세계의 거리감을 충격의 효과로 증폭시킨다. 비록 크노르의 사진은 세련되고 정적인 문화의 세계가 정한 룰에 따라 거칠고 난폭한 야생의 본능이 억제된 짐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자연과 대립되는 박물관의 인위적인 특성을 충분히 부각시키고 있다.
개발을 위해 파괴를 정당화하면서 인간이 만든 문화적 산물 가운데, 그것도 야만으로부터 가장 멀리 보호되고 있는 ‘신성한 문화’의 공간인 박물관과 짐승이 ‘적절치’못한 공존을 하고 있다. 짐승의 이 무례한 출현은 히치콕식의 자연의 반란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문명에 의해 자신의 영역을 빼앗긴 자연에 대한 인간의 노스탤지어다. 이제 자연은 박제된 향수의 형태로 박물관에 보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