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쿼 치앙, 나는 믿고 싶다
2.22 - 5.28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1980년대 말부터 세계 곳곳에서 화약 폭발 프로젝트를 실현시켜 온 차이 쿼 치앙은 시각과 개념의 폭발물을 가지고 구겐하임 미술관에 입성했다. 1995년부터 뉴욕에 거주해 온 차이의 작품은 그동안 몇 차례 걸쳐 뉴욕시에서 소개된 바 있다. 2003년 아시아 소사이어티에 열린 화약 드로잉 전시 및 센트럴 파크 화약 프로젝트, 2006년 메트로폴리탄 옥외 루프 탑에서 열린 전시 및 화약 프로젝트를 거쳐 그의 주요한 작품들과 함께 이번 회고전이 개최되었다.

응축된 에너지의 찰나적 분출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가 구겐하임미술관 곳곳의 공간으로 이어졌다. 미술관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비상하는 자동차이다. 로툰다갤러리의 중심축을 이루는 빈 공간에서 마치 토네이도 소용돌이에 감겨 휘말려 올라가는 듯한 9대의 자동차. 각각의 자동차에는 힘의 분출선이랄까, 에너지의 파장이랄까, 붉은, 노란, 초록의 조명선이 점멸한다. 작가 스스로 ‘레디메이드 폭발’이라고 칭한 이 방식은 친근한 물체를 차용하여 폭탄을 암시하는 것이며, 관객을 초현실주의적인 경험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한다.

자동차의 상승선을 따라 로툰다갤러리를 오르다보면 화살이 전신에 꽂힌 호랑이들 사이를 걷게 된다. 또한 독일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먼저 설치된 바 있는 작품으로,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상징하는 99마리의 늑대는 점차 허공으로 뛰어 올라가다가 벽에 부딪쳐 떨어지고 마는 연속적인 영화장면 같다.

발포 프로젝트(gun project)와 화약 드로잉(gunpowder drawing)은 차이 쿼 치앙의 대표적인 작업군이다. 미술가의 조절능력과 자연 현상의 이분법 관계를 이용하는 이 프로젝트는 폭력과 창조, 변화와 생성을 작업의 모태로 한다. 일명 ‘외계를 위한 프로젝트' 라는 발포 프로젝트와 마치 목탄처럼 사용되는 화약가루가 터지며 생기는 화약 드로잉의 제작과정을 비디오물을 보고 들으면 파괴와 생성이 연속적이며 그 기운의 흐름이 빈 공간이나 종이를 채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의 역사적 문화적 코드도 간간히 보인다. 중국 고대 병법이자 미술가 자신을 상징하는 나룻배에 꽂힌 3천 개 화살 사이로 중국 국기가 펄럭이는가 하면, 1965년 중국 문화혁명의 아이콘이던 노동자 군상을 인용한 실물대의 점토 조상들이 관람객과 대등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도 출품되었던 이 작품은 이번 뉴욕전을 위해 한시적으로 구축되었다.

최고 인기를 누렸던 공상과학 드라마 ‘X파일’의 슬로건 중 하나인 이번 전시의 부제 ‘나는 믿고 싶다’. 차이 쿼 치앙이 믿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념에서 해방된 자유 체제에서 미술로 정치 이데올로기의 허와 실을 언급할 수도 있다는 것일까. 군사정권의 역사를 가진 중국의 응축된 기의 리듬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일까. 어떠한 이데올로기든 ‘폭발’이라는 방식으로 전복시킬 수 있다는 것일까.





칼라 차트, 1950년대부터의 색채 재창조
3.2 - 5.12 뉴욕 현대미술관

2차 대전 이후 대량생산과 대중문화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색상 체계도 표준화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뉴욕 현대미술관이 지난 50년간 미술 속에 사용된 광범위한 색상의 용례를 고찰하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설치, 비디오 등에서 펼쳐지는 색의 향연이 눈부시다. 시각예술이란 결국 형과 색의 무한한 변주가 아닌가. 마르셀 뒤샹이 물감제조회사 도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1918년 작품 ‘난 너를’이 개념적 시초로 간주되고, 도널드 저드의 다채로운 색으로 채색된 알루미늄 설치로부터 르 코르뷔지에의 칼라 차트를 재현한 세리리바인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40여 미술가의 작품이 미술의 내용과 형식에 도전한다.

프랑크 스텔라, 앤디 워홀, 온 카와라, 에드 러샤, 댄 플래빈 등 이름이 큰 마술가의 작업이 많이 집결 되었지만 그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자신이 사용하던 칼라 차트를 대형으로 확대시킨 작업, 리차드 세라가 220개의 색지를 손으로 뜯어내는 과정을 기록한 비디오, 존 발드사리가 어떤 방을 여섯 가지 색으로 바꿔 칠하는 과정을 담은 비디오, 댄 플래빈의 형광 작품, 바이런 김의 살색 회화 ‘제유법’, 색채 자체가 작품의 내용인 카타리나 프릿츠의 조각적 회화 패널작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