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 9.21 뉴욕 유태미술관
2차 대전 이후 뉴욕에서 탄생한 추상표현주의와 그 이후 한 세대 가량 전개되는 미술의 양상을 고찰하는‘액션, 추상’전은 잭슨 폴락과 윌렘 드 쿠닝을 비롯한 30여 미술가의 작품을, 추상표현주의를 옹호한 바로 그 장본인들인 클레멘트 그린버그와 해롤드 로젠버그의 시각으로 볼 수 있게 기획된 전시라 흥미롭다. 그린버그와 로젠버그는 모두 유태인이자 좌파 지식인이었으나 동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양식의 미국 회화를 각각 매체의 순수성과 회화의 물성, 그리는 과정과 미술가의 행위라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했다.
평면성을 강조하는 앞선 모더니스트 회화로 본 그린버그, 미술가의 실존에 대한 고투가 기록되는 장으로서의 액션 회화로 간주한 로젠버그 두 사람의 경쟁적인 이론이 결국 추상표현주의의 업적과 성취를 기록한 어휘를 폭넓게 만든 것이다.
60여 점의 작품은 여러 개념으로 나누어져 설명된다. 추상, 재현, 행동(폴락, 드쿠닝), 전통과 변모(아쉴 고르키, 조셉 호프만), 맹목적 얼룩(리크라스너, 노만 루이스, 그레이스 하티건), 조각의 문제(이브람 라소, 허버트 퍼버, 세이모 립튼, 데이빗 스미스, 데이빗 헤어), 숭고와 자기 투영(클리포드 스틸, 마크 로스코, 애드 라인하트), 물질과 정신(바넷 뉴만) 등의 소주제에 따라 추상표현주의의 1세대가 소개되고 그 이후에 등장한 이슈들, 즉 여성, 흑인, 동성애 등 미술가 정체성의 다양성, 후기 회화적 추상(안토니 카로, 줄 올리스키, 케넷 놀랜드), 불안한 추상(헬렌 프랑켄탈러, 클래스 올덴버그, 재스퍼 존스, 리 본테쿠, 필립 거스톤, 피터 솔, 조안 미첼), 액션(프랑크 스텔라, 앨런 카프로) 등이 다루어졌다.
잭슨 폴락과 아쉴 고르키가 거대한 제스처와 과도한 양의 물감으로 회화를 완성하는 작업실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에서 시작하여 프랑크 스텔라의 줄무늬 회화와 앨런 카프로의 환경 작품으로 끝나는 전시장을 모두돌아보고 나면, 물감으로 이루어진 평면이라는 개념을 구현한 스텔라, 미술가의‘액션’을 캔버스의 한계를 넘어 일상의 공간에서 실현한 카프로를 통해 그린버그와 로젠버그 이론의 귀결점을 목격하게 된다.
두 비평가가 새로운 미국 회화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을 해주었다면, 뉴욕 현대미술관, 시드니 제니스갤러리, 금세기의 미술갤러리, 페기 구겐하임, 베티 파슨스, 사무엘 쿠츠 등 화랑과 미술관의 전폭적인 지원 역할도 추상표현주의의 발전에 결정적이었다. 전시장의 일부에는 서신, 평론이 담긴 미술잡지, 전시도록, 전시장 사진 등 관련 자료가 비치되어 있어, 미술가, 평론가, 기관이 공동으로 미국 미술가를 부상시킨 역학 관계가 적잖이 느껴진다.
추상표현주의가 탄생한지 50년이 지난 현재, 뉴욕시 다수의 갤러리에서는 아돌프 고틀리브, 세이모 립튼, 필립 거스톤, 조셉 호프만 등‘미국적’미술가들의 전시회가 열린 바 있으며, 마크 로드코의 작품이 5.13 크리스티 현대미술 경매에서 최고가를 차지하는 등 미국 추상에 대한 관심이 아직도 뜨겁다.


슈퍼 히로, 패션과 환상
5.7 – 9.1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수퍼 히로, 패션과 환상’전은 만화책, 소설, 영화 등 미국 대중문화의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패션에 나타나는 철학과 사회상을 특히 초능력 주인공의 의상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전시이다. 린다 카터가 입었던 원더 우먼 의상, 미셀 파이커의 캣 우먼 의상 등 인기 영상물의 의상과 더불어 탑 패션디자이너들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방문객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메트로폴리탄의 의상팀이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영화 속 주인공이 실제로 입은 의상, 패션 디자이너들의 오트 쿠튀르 의상, 실용적인 스포츠 웨어 등 60여 점이 세분화된‘신체’개념에 따라 전시된다. 수퍼맨과 베트맨으로 대표되는 도식적인 신체, 원드우먼과 캡틴 아메리카의 애국적인 신체, 돌아온 베트맨 속에 등장하는 캣 우먼의 패로독스한 신체, 베트맨과 아이언 맨의 갑옷 입은 신체, 엑스맨의 뮤턴트 신체, 고스트 라이더의 포스트 모던한 신체 등의 범주로 나누어졌다.
디자이너 의상으로는 피에르 가르뎅, 돌체 가바나, 죠지오 알마니, 존 갈리아노, 티에리 뮈글러, 알렉산더 멕퀸 등 몇몇 톱 디자이너 작품에만 국한된 느낌이지만, 주인공의 정체성 자체가 규정되는 의상의 시각적 특징과 그 속에서 개인과 대중이 공유하는 가치가 종합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전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