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무사 터에 국립미술관 분관(分館)을
경복궁·창덕궁 사이 역사 정취 스며있는 곳 문화 도약시킬 최적지 <이제는 이야기가 있는 문화 콘텐츠가 최고의 효과를 창출한다. 폐기된 기차역이었던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이나 화력발전소였던 런던의 테이트 모던, 그리고 공장지대의 폐허였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세계의 인파를 흡인하는 요인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의 이미지를 남겨둔 채 새로운 문화시설로 변화함으로써 수많은 관심과 얘깃거리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정서를 무한대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1200만 관광객 유치 목표를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확실한 답의 하나를 금년 10월에 이전하는 국군기무사 자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에 국립현대 미술관의 서울 분관을 세우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과천에 있어서 그 이름값도 못한 채 쇠락상태에 있었던 현대미술관을 재생시키는 의미를 갖게 된다. 더불어 서울 이미지는 물론 우리나라 이미지까지 동반 상승, 관광수입까지 큰 폭으로 증가시키게 되니 일석 무한대의 효과를 창출하는 황금오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의아해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도심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없다는 것이다. 멀리 과천에 있어서 접근성은 물론, 불편하기만 한 지금의 현대미술관은 초장에 그 방문 의욕을 꺾어 버리기 때문이다. 뉴욕, 파리, 런던, 마드리드 등 모든 도시의 현대미술관들은 한결같이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기무사 자리는 이미 우리나라의 상징이 된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기존의 검증된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고 조선 600년의 정취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북촌의 초입이어서 역사와 전통의 실타래가 이끌어내는 힘도 대단하다. 게다가 이미 20년 이상 우리 문화예술을 이끌어 온 국내 굴지의 미술관과 화랑들, 뒤편 골목길 굽이 굽이에 자리잡은 개성 있는 박물관들, 여기에 독특하고 운치 있는 먹을거리까지 함께하고 있다. 게다가 인사동과 내년 6월에 모습을 드러낼 광화문 광장이 지척에 있고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도 30분 내 거리에 있다. 실로 서울 도심에 남은 마지막 보물 같은 이곳의 적절한 활용은 우리 문화를 몇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천상의 기회를 맞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곳은 8000평이 넘는다. 이명박 정부가 의지만 가지면 우리도 도심에 제대로 된 현대미술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이제는 가장 강한 경쟁력인 '이야기'까지 곁들일 수 있다. 1932년 경성의학전문학교 외래진찰소로 준공된 기무사 본관 건물은 최근 '근대 유산'으로 지정되어 우리 근대사를 증언하고 있다. 마치 신이 현대미술관으로 활용하라고 점지라도 해준 듯 완벽한 장소다.

<이강원·세계장신구박물관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