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e. 게하르트 리히터에서 레베카 호른까지, 독일연방공화국이 소장한 동시대미술작품전
본 쿤스트할레, 4.11-8.17


1970년, 독일의 수상 빌리 브란트는 당시 독일작가연합의 대표로 있었던 게오륵 마이스터만의 제의에 동의하여 정부차원에서 직접 예술작품을 수집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지난35년이란 시간과 함께 모아져 이미 1300여 점에 달하는 소장품들의 대부분은 국내 정부기관건물들과 세계각지의 독일대사관들에 산재해 있으며, 약 100여 점은 대여 작품으로 각 미술관에, 그 나머지 200여 점은 본의 옛 청사건물에 보관되어 있다. 소장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상설 전시 공간이 없다는 사실과 미술전문가들로 구성된 구입위원회가 매 3년마다 새로이 결성되어 주로 독일과 바젤의 미술시장에서 작품을 선별하고 구입하는 것, 그리고 매해 구입예산의 액수가 한정(현재는 50만 유로, 한화 약 6억)되어 있다는 사실은 작품구입의 자유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면작업 외에도 조각, 비디오설치 작업까지를 아우르는 소장품들은 소장 출발취지처럼 지난 시간 동안의 미술사는 아니더라도, 독일에 거주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업활동에 대한 굵은 맥락은 기록하고 있는 편이다. 이번 전시는 그 중에서도 게하르트 리히터, 레베카 호른, 임멘도르프, 레오 라우흐, 그레고어 쉬나이더, 볼프강 틸만스 등의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동시대 작가들 작품 60여 점을 선별하여, 존재, 공간, 역사라는 소 제목하에 나누어 선을 보이면서, 제 이차 세계대전과 나치 정부에 의해서 폐허화 되었던 독일현대 미술이 70년대부터 다시 국제적인 미술무대에 올라서고, 이제는 국제적으로 동시대 미술을 주도하는 나라 중의 하나임과,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많은 작가가 배출된 나라임을 자신 있게 자랑하고 있다.




에이야-리자 아틸라
뒤셀도르프 K21, 5.17-8.17

각 전시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의 거대한 화면들이 연결된 에이야-리자 아틸라 (Eija-Liisa Ahtila)의 다 채널 비디오 설치작품들 속에서는 대부분 인물(들)이 등장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설명해 준다. 한 영상이 각 화면에 동시에 반복되어 흐르거나 아니면 각기 다른 영상들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바뀌며 진행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핀란드 말로 들리는 그 이야기는 마치 그 이야기 내용을 강조 반복하려는 듯, 매 화면 밑단에 동일하게 영어자막으로 나타난다. 여중생들이 털어놓는 성에 관한 이야기, 이혼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 골수암으로 죽어간 개 이야기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이 그 예가 되는데, 그 속에서는 그러나 존재의 불확실성에 불안해하는 인간의 심리적인 상태가 강하게 두드러진다. 게다가 간간이 작품 사이사이에서 돌출하는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은 그 인상을 뒷받침해 주긴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의도적으로 처리가 된 듯해서 거북한 감이 없지는 않다. 전시된 작품들 중 유일하게 단 채널 비디오 작품이자 이야기 설명이 필요 없었던 „Fishermen/Études n° 1“(2007)은 폭풍으로 인해 파도가 심하게 이는 아프리카 베닌의 한 바닷가 모습을 보여준다. 세차게 내리치는 파도를 넘어 깊은 바다로 나가려고 온갖 애를 쓰며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노를 젓는 건장한 어부들의 노력과 번번이 해변으로 밀려나 좌절되던 어부들의 의지. 작품이 길지 않고, 이해하기 복잡하지도 않은 명료한 내용의 이 작품은 어쩌면 에이자-리자 아틸라 (1959년 핀란드 출생)가 15년에 걸쳐 탐구해온 영상묘사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다.




외즈우르파: 마티 브라운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 4.18-8.31

우르파는 소아시아반도 남동부, 시리아의 국경과 인접한 터어키의 한 도시이름이며, 외즈는 터어키어로 진짜를 의미하여, 외즈 우르파 (Özurfa)는 진짜 우르파를 지칭한다. 진짜 우르파!? 하나의 문화는 무엇보다도 외부와의 접촉과 또는 활발한 교류를 통해서 왕성한 발전을 가져온다는 믿음과 함께 인간문화의 변천에 관심을 갖는 마티 브라운 (Matti Braun, 1968년 독일출생)은 이 전시를 위해서,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되고 종교 신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래서 문화유산이 풍부한 도시 우르파의 역사와 문화를 다각도에서 샅샅이 연구하기 시작한다. 은은한 연녹의 형광색이 압도하는 전시공간을 들어서니 근동출신이 확실한 지킴이 아주머니, 모하메드가 좋아하는 녹색이란 귀띔을 해준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 차릴 수 없도록 검은 사진들 속에 숨겨져 있는 헤엄치는 잉어들, 그 소중함을 자랑하는 듯 정교하게 각기 다른 진열장 속에 정리되어 있는 귀거리 장식을 한 박제 우편 비둘기들, 선사시대의 유물들, 그리고 전통공예품들, 확대되어 벽에 부착된 독립영화 촬영을 하는 일마즈 귀니의 흑백사진들, 원색의 음식 사진들 등과 빼놓을 수 없는 녹색의 조명등까지 모두 그의 연구결과이다. 그리고 이 모두는 매우 다양한 각도에서 도시 우프파를 상징하거나 설명해준다. 마치 마티 브라운이 "진짜 우르파“란 제목의 그룹전시를 기획하고, 그 전시에 여러 작가들을 초대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