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조지 전
6.14-9.1 밀워키 미술관


작년 런던 테이트 미술관에서 기획되었던 “길버트 조지” 회고전에서 선별된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미국 순회전은 올해 샌프란시스코 드 영 미술관에서 처음 열린 이후 밀워키 미술관을 거쳐 올 가을 브루클린 미술관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태리 출신의 길버트와 영국 출신의 조지는 런던의 새인트 마틴 미술대학에서 만난 이래로 떨어질 수 없는 예술 동반자가 되었으니 40년간 그야말로 한 몸이나 다름없는 삶을 산 것이다. 이 이인조 파트너는 그동안 제작한 작품 수 만해도 1천 점 이상이라 하니 가히 대단한 노작 미술가들이다. 이번 전시에는 45점의 대형 회화와 관련 기록물들이 추려졌다.

길버트와 조지는 처음에 스스로 움직이는 조각으로 분한 ‘노래하는 조각’ 퍼포먼스를 시작하면서, 일상의 삶 자체가 퍼포먼스라는 주장을 확고히 펼쳐 왔다. 삶과 예술의 분리를 거부하며 ‘모든 것을 위한 예술’(art for all)을 외친 길버트와 조지는 회화 속에도 다양한 인생의 문제들을 담아내었다. 삶, 죽음, 정치, 종교, 섹스, 돈, 인종 등 인간사의 보편적 논점들 뿐 아니라 폭력, 쾌락, 공포, 수치 등의 인간의 감정들이 작품의 주제와 이미지가 되었다. 특히 런던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영감을 받는 길버트 조지는 특권층과 소외층, 전통과 이질문화, 글로벌문화와 지역문화가 대립 공존하는 도시의 양면적 모습 자체를 삶의 모순이자 진실로 받아들여 작품에 포용해 왔다.

형식적으로는 최근으로 올수록 화면이 점차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70년대 초창기부터 검은색의 구획선을 쓴 기하학적 분할 화면의 특성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문자와 이미지, 사진과 그림, 인물과 풍경 등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혼재하면서도 전체의 종합을 이루는 길버트 조지 작품들은, 80년대에 다양한 원색이 첨가되면서 점차 복잡하고 대범한 구조로 변모된다.

밝은 색채의 대형 포토몽타주 작업들은 대중미디어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공공 미디어가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방식과 유사할 뿐 아니라 컴퓨터 제작 방식 자체를 극도로 이용한 점이 철저히 대중사회에 기반을 둔 것이다. 작품 소재를 위해 치밀하게 사건 사고에 대한 보관소를 만드는 두 사람은 정보 기록가인 것 같다. 동시에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와 문화에 대해 냉담하게 소견을 밝히는 비평가이기도 하다.





벅민스터 풀러 전
6.26-9.21 뉴욕 휘트니 미술관


디자이너, 건축가, 미술가, 엔지니어, 수학자, 철학자, 인류학자, 과학자, 문필가 등의 다재다능한 활동을 하였다고 하면 특수한 전문성을 요하는 복잡한 이 시대에는 너무 비전문인이라 할까.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현대판 르네상스인 벅민스터 풀러(1895-1983)가 입증한다. 스스로는 특정 분야에 치중하기보다도 포괄적인 사유를 지향하는 자신을 ‘디자인 과학자’라고 호칭하였다. “세계로부터 시작하기”라는 벅민스터 풀러 회고전의 부제처럼 자신의 활동을 인류와 세계에 직접 연결시킨 벅민스터 풀러의 세계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이번 전시에는, 그가 이상으로 간주했던 디자인과 과학이 결합된 다양한 구조물, 운송기구, 도면 등이 소개된다.

벅민스터 풀러는 1929년부터 그의 작업 개념과 이후 트레이드마크가 된 용어 ‘Dymaxion'을 사용하였다. 'dynamic' 'maximum' 'ion'에서 따온 이 단어는 첨단 기술과 대량생산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자연형태와 이치에 근거한 구조물들을 설명해 주는 개념이다. 풀러는 시간성이 포함된 일명 4D 구조물과 관련된 디막시온을 통해 주거 공간의 효율성과 경량 재질의 사용을 강조하였다.

풀러의 가장 유명한 작품군은 기하학적 돔이다. 그가 창조한 돔은 ‘지오데식(Geodesic) 돔’으로 불리우며, [역주: 지오데식은 천문학과 수학에서 최단거리를 뜻하는 용어] 그 종류에는 포드 돔, 솔방올 돔, 파리눈 돔 등이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1956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무역박람회의 미국관 돔, 1959년 모스크바 미국관 황금 돔,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 미국관 돔 등이 있으며, 그 자신의 집도 기하학적 돔으로 설계하여 10여년 동안 산 적이 있다.

그가 만든 돔은 물질의 최소단위인 핵의 모습이자 우주 행성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2차 대전 후 미국의 도약기에 국제 박람회에서의 미국관 모습이 된 풀러의 돔은 분명 미국의 힘과 비상을 상징하는 미래지향적 구조물이며, 현대에도 그의 작품이 이용되고 있다. 그가 고안한 축구공 ‘벅키볼’도 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