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숙원을 풀었어요…”
지난 18일 밤 열린 한국 화랑협회 송년회에서 화상들은 굳은 얼굴을 풀고 흐뭇한 축배를 터뜨렸다. 앞서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2천만원 이상 미술품을 팔 경우 양도차익의 1%를 세금으로 내는 재경부의 미술품 양도소득 종합소득세 법안이 협회쪽 주장대로 폐기됐다. 불황으로 과세여건이 미흡하다며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낸 법안 폐기안이 표결에서 찬성 143, 반대 29표, 기권 8표로 통과된 것이다. 이로써 90년 첫 법제화방침이 나온 뒤 5차례나 유보된 양도세 시행논란은 화랑쪽 승리로 끝났다. <애초엔 재경부 안이 가결되리란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달 20일 재경부의 미술품 양도소득 종합소득세법안이 정 의원의 폐기안을 제치고 국회 재경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화상들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일대일 설득작업을 벌여 171명의 지지서명을 받았고, 결국 이를 바탕으로 정 의원의 폐기법안이 이례적으로 본회의에 재상정되어 재경부 안을 밀어낸 결과를 낳았다. <화랑협회, 고미술협회 등은 실명거래와 판매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양도차익 과세안에 맞서 연대모임을 꾸리고 반대서명 및 청원서 발송 등의 저지운동을 벌여왔다. 실명거래 부담으로 컬렉터들이 거래를 회피해 화랑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법안 폐기를 놓고 환영 일색의 화상들과 달리 특정 이익집단의 로비에 밀려 형평조세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특히 폐기된 재경부 안은 과세대상이 작고 작가의 작품이고, 과세비율도 1%로 극히 한정된다는 점에서 진짜 수혜자는 고가거래의 잇속을 챙겨온 메이저 화랑에 불과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협회 안에서도 법안폐기를 계기로 이중가격제, 밀실거래 담합, 경매 회피 등의 음습한 거래관행을 투명하게 개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한겨레 2003.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