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W. 터너
7.1 - 9.21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영국의 화가 J.M.W.터너(1775-1851)의 작품들이 워싱턴의 내셔널갤러리와 달라스미술관에 이어 뉴욕메트로폴리탄을 찾았다.
터너의 유화와 수채화 140여 점을 시기별로 고찰하는 이번 전시는 18세기말부터 반세기 동안 활약했던 터너의 작품 일대기를 고찰하는 한편 앞으로 다가올 미술과 과거의 미술과의 가교 역할을 했던 터너의 혁신성을 십분 가늠할 수 있게 만든 전시다.

특히 당대에 호평과 혹평을 번갈아 받으며 명성을 쌓았던 터너의 풍경화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작업의 변모가 차례로 감상된다. 경력 초반인 1790년대 말 인간이 자연 속에 축조한 성곽 등을 지형학적으로 그린 수채 풍경화, 터너의 특징적인 주제가 되는 바다 주제의 풍경화, 역사적 사건과 현대의 사건을 결합한 풍경화, 불타는 국회의사당 주제, 1840년대 이후 추상화된 풍경화 등을 연속적으로 돌아보면, 관찰적인 것으로부터 감정과 상상의 것으로 이동한 터너의 풍경화의 여정이 자연스럽게 관찰된다.

그 중에서 흥미로운 터너의 작품군은 영국이 프랑스와 분쟁하던 시기에 제작한 서사적인 내용과 장대한 규모의 회화들이다. 터너는 시사성 있는 작품들을 역사적 에피소드와 결부시켜 장엄한 화면을 연출하였는데, 알프스를 건너는 나폴레옹을 한니발 장군으로 비유한 <눈보라: 알프스를 건너는 한니발과 군대>(1812), 1805년 영국 함대를 승리로 이끈 트라팔가 전쟁을 주제로 한 터너의 가장 큰 규모의 그림 <트라팔가 전쟁>(1823-24) 등은 영국의 바다 군림을 공고히 한 전쟁을 생생히 표현하여 당대 평론가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말기로 가면서 형태를 소멸시키는 듯한 표현법과 색채의 남용으로 전시때 비평가의 혹평을 받은 바 있는데 일례로 1842년작 <추방과 바위>가 있다. 이 작품이 왕립 아카데미에 전시되었을 때 “빨갛고 검은 두개의 둥근반점”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러스킨만이 1843년‘현대의 화가들’에서 터너를 극찬했는데, 사망 후 반 세기가 지난 후에 그의 말기작이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된다. 1906년에 테이트미술관에서 후기작이 처음 전시되었을 때, 바로 그 추상성으로 인해 20세기 미술의 선봉자로 칭송된 것이다. 아카데미 화풍에서의 완성도의 기준에 도전하고 빛과 대기, 느낌을 표현하는 화면을 창출한 터너의 작품들은 그의 사망 15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신선함을 간직하고 있다.








피터 솔
6.22 - 9.21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미술관


미국 서부 출신 화가인 피터 솔에 대한 첫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2006년 동안에 제작된 그의 회화와 드로잉 50여 점을 소개한다. 뉴욕 뉴뮤지엄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바 있는 댄 캐머론이 큐레이팅을 맡은 이번 전시는 미국 미술관에서 기획된 노장 화가 피터 솔의 첫 회고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193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생한 피터 솔은 캘리포니아 및 세인트 루이스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후 유럽과 텍사스에 있다가 2000년부터는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 동안 어떠한 사조나 유행 혹은 미술 시장의 전면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었으나 그의 행보를 돌아보면 결코 그가 변방에 위치하지 않았으며 형식적 측면에서도 영향력이 후대에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950년대 말 추상표현주의의 표현력에 동조하면서도 정신적인 주제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사물들을 그려 프로토 팝의 대열에 선 피터 솔은 팝아트보다 도상이 복잡하고 더 조소적인 톤을 포함하여 독자적인 노선으로 나아갔다. 1956-64년 유럽에 머물며 초현실주의 화가 로베르토 마타를 만나게 되었으며 60년대 중순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후 베트남 전쟁 등 일련의 전쟁 주제를 다루었으며 현재까지도 시사성 있는 주제가 주가 되고 있다.

칼을 든 오제이 심슨, 원주민을 죽이는 크리스토퍼 콜롬부스, 이라크의 고문 감옥소로 유명한 아부 가라이프에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 등 피터 솔의 화면은 다양한 근현대사가 혼재되어 있다. 여러 가지 측면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극명한 색채와 밀폐적인 공간 구조, 자유분방한 형태 등 주제와 표현법 면에서 일견 그의 화면을 마주대하기가 편하지는 않은데 그것은 다분히 작가의 의도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피터 솔의 작품은 현대 거장들이 보여주는 정제되고 아름다운 이미지와는 반대이며, 도록 인터뷰에 의하면 그 스스로는 “요즘에는 인종주의자라던지 성차별주의자로 보이면 안 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나는 그 반대로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다양한 정치적 이념과 입장들, 즉 자본주의, 공산주의, 인종차별주의, 여권주의, 인간혐오, 흑인 권력 등을 다루는 피터 솔의 작품들은 관람자의 사고를 흔드는 불편한 그림들이지만, 어떤 사회 속에서 개인으로서 생존하는 작가의 내러티브를 다분히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