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기 짝이 없는 시장
양도세 폭탄까지 안겨서야

아무리 예술품이지만 수십억원씩이나 한다면 미술품에도 과세를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이번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안을 당연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과세 대상이 4000만원 이상 미술품에만 해당되며, 80%까지 비용으로 공제해준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실상을 한 껍질만 벗겨보면 상황이 다르다. 우선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작품들은 이미 화랑·경매 등에서 소득세, 부가가치세, 증여세, 상속세 등 모든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과세안은 여기에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개인 거래자들에게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4000만원 이상'이란 구입가격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거래실명제를 해야만 한다. 그에 대한 부담으로 사람들은 인기 있는 고가작품의 구입을 망설이게 될 것이다. 고가의 작품이 냉각되면 구매자가 상당수 겹쳐 있는 중저가 시장 역시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문화전쟁시대에 언어가 필요 없는 미술품 거래는 세계를 누비면서 문화수출에 기여하고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며 국가브랜드를 향상시키는 데 큰 몫을 한다. 이런 이유로 미술시장의 역사가 수백 년이 되는 프랑스나 영국 등은 오랫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국가가 나서서 미술품 구입대금을 무이자로 융자해주고 수만 점을 국가가 구입하는 등 자국의 미술계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제도를 구사해왔다.

여기에 중국이 2000만 명, 영국이 400만 명의 컬렉터를 보유하고 있는 데서도 보듯이, 개인들이 미술품을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유함으로써 작가 지원과 외화획득이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세계미술시장은 연간 약 40조원 규모로 유례없는 호황이었다. 그중 미국·영국이 7조~8조원 이상, 중국·프랑스가 3조~4조원 이상, 홍콩과 일본 등이 1조~2조원 정도의 추정 거래액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작년 4000억원 수준에서 2000억원대로 곤두박질치고 있어 전 세계 시장의 0.5%인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무역거래액 11위 국가로서는 창피한 수준이다. 국가의 작가지원기금, 정부 구입 작품 수 등은 더욱 말할 나위 없다.

모두 합쳐봤자 어느 백화점의 작년 추석 기간 상품권 판매액 2740억원에도 못 미치는 미술품 거래에 양도차익 관련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분명 시기상조이다. 아시아만 해도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려는 사례는 없다. 국내 다른 분야와 견주어 봐도 과열거래 시 전 국민에게 피해가 되는 부동산 외에 상장주식, 보석 등 어느 품목에도 양도세가 부과되는 예가 없다.

이번 세제안은 상당부분 '조세부담률 인하' '투자촉진'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국제금융위기 등 어려워지는 경제여건에서 수직하강하고 있는 미술 분야에서만 강수를 두는 것은 '과세형평'에도 어긋난다.

물론 미술시장 역시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머물지 말고 단기투자세력 차단, 성실 신고, 신진 작가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등 보다 건전한 거래를 위하여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역시 조세논리만으로 문화예술을 바라보기보다는 문예진흥, 문화향수권 신장, 미술시장 활성화 등 세 가지의 이익을 함께 취하는 지혜를 발휘해 이번 과세를 유보했으면 한다.

- 조선일보 2008.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