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이 지난달 14일 시작돼 11월 23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와 더불어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손꼽히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을 이끄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행사다.

현대미술뿐 아니라, 영화 중심지이기도 한 베니스에서는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니스영화제도 매년 열린다. 문화예술의 도시라 부를 만하다. 베니스는 '관광객의 도시'이기도 하다. 전주시 정도에 맞먹는 곳에 매년 2,0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문화가 곧 국력인 시대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동안 베니스는 문화마케팅의 경연장이 된다. 올해 대표적인 사례는 일리(illy)다.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인 일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이탈리아관에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무료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일리의 이러한 마케팅은 예술의 본고장이라는 이미지에 커피를 덧입히는 데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루이 뷔통, 디오르 등으로 유명한 루이뷔통 모엣 헤네시(LVMH) 기업은 2005년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전시예산을 문화부와 프랑스 예술진흥협회(AFAA)와 공동 지원했다. 2005년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아네트 메사제(Annette Messager)의 <카지노(Casino)>도 LVMH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다. LVMH의 행보는 패션과 예술의 상호 소통을 추구하는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러한 통 큰 지원에 힘입어 세계 1위의 디자인 그룹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베니스 비엔날레가 '문화마케팅'의 요충지로 활용되는 이유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득특한 전시시스템 때문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다른 비엔날레와는 다르게 국가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국가관은 곧 각국 전용 전시관으로 나라마다 자기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전시를 연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25개국이 국가관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 외의 나라는 매년 전시할 곳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매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는 나라가 60개국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이 베니스에 국가관을 확보하려 노력했지만 공간 부족으로 실패했고, 독립된 국가관은 25번째로 개설된 한국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신설되지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얻은 베니스의 한국관은 한국 문화예술위원회가 문예진흥기금으로 운영하는데,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기업들은 베니스 비엔날레를 문화마케팅의 기회로 활용하는 데 소극적이다. 요즘 각광 받는 메세나 지원이나 예술마케팅의 일환으로 베니스의 한국관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LG나 삼성의 PDP TV에 비디오아트 작품을 선보이고, 한국관 앞마당에서 CJ나 대상의 김치와 판소리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이벤트라면 한국의 멋과 맛을 동시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 오르세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펼치는 문화마케팅 못지않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우리 글로벌기업들의 지원과 후원이 필요한 공간이다. 베니스는 문화와 산업을 함께 수확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너무 먼 곳을 보지 말자. 바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시작해 보자.

- 한국일보 2008.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