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속의 사진들
2009.3.3 - 5.24
BNF 리슐리외 전시관


사진은 논쟁거리들을 그 안에 품고 태어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놀라운 재현력과, 오래된 회화의 권위를‘영혼 없는’모방술로 뒤흔들면서, 경의인 동시에 멸시의 대상이라는 모순을 안고 자신의 역사를 출발했던 것이다. 스위스 로잔의 엘리제미술관에 이어 파리의 BNF가 예술인가 아닌가라는‘고전적인’논쟁부터, 사진이 때론 예술이란 이름으로 때론 대중의‘알 권리’란 명분하에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고 또 보여줘야 하는지의 문제까지, 그동안 열띤 토론과 공방, 그리고 심심치 않게 법적 소송의 대상으로까지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진들을 소개한다. 토스카니, 카르티에-브레송, 카파, 살가도 등 언론이나 광고와 같은 대중 매체를 통해 이미‘아이콘’이 된 사진들과, 유명하진 않지만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익명의 사진들에 그 논쟁의 내용을 텍스트로 같이 곁들여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의 탁월함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해답이나 판단도 제시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열어 두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앞에서 분노하거나 의아해하거나 혹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관객 스스로 반응하고 자문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만을 만들어 준다.





몽마르트르에서의 세기의 전환-발라동과 위트릴로 : 인상주의에서 에콜 드 파리까지
3.6 - 9.15
파리 피나코테크


대중들에게 프랑스는 예술의 나라로, 또 그 예술의 나라를 대표하는 곳은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자동적 연상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피카소를 비롯해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아지트로서 모던 아트를 형성했던 당시의 분위기는 아쉽게도 상업화된 관광 명소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대체됐다. 그래도 몽마르트르의‘신화’는 아직 건재하다. 이 곳에 정착한 후 매력적인 외모로 드가, 툴르즈-로트렉, 르느와르 등의 모델이 되면서 그림을 배우고 화가로서의 재능을 금새 발휘했던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과 미혼모였던 그녀의 아들로 태어나 알코올 중독에다 정신병원에 수 차례 요양해야 했을 만큼 기복이 심했던 삶을 산 화가 위트릴로(Maurice Utrillo). 보헤미안적 기질과 천재 화가로서 예술적 광기를 보여줬던 이 두 화가의 전시가 개막 첫날부터 엄청난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 몽마르트르의 신화를 반증한다.





이미지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이미지, 아킴볼도에서 달리까지
4.8 - 7.6
그랑 팔레


이미지 안에 또 다른 이미지를 숨겨 놓는 트릭은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예술적 관점보다는 그저 흥미나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주변적인 요소로서 간주되어 왔다. 그랑 팔레는 이 이중, 삼중의 이미지 구성 속 에서, 그 이미지의 층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한 의미의 층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들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 새로운 시각의 장을 열어주는 숨겨진 이미지들의 역할을 찾아낸다. 관객의 호기심은 이렇게 작품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열어주는 계기로 이해된다.
작품을 보는 방식이 이미지들의 드러남과 사라짐의 유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듯이 작품의 해석 역시 다양해진다. 그랑 팔레가 초점을 맞춘 부분이 바로 숨겨진 이미지들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모호함과 해석의 이중성이다. 인간과 자연이 기괴하게 섞여 있는 풍경, 성적 정체성이 불분명한 인간, 환영적인 공간과 불가사의한 시간 등 미켈란젤로, 아킴볼도, 달리 같은 거장들의 작품들부터 19세기 말 에로틱한 그림 엽서들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에 소개된 250점이 넘는 방대한 양의 작품들 속에서 숨겨진 이미지들이 즐겨 다뤘던 테마와 모티브들을 발견하고 그 것이 감춘 해석의 다양한 코드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