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라인스맨
2.18 - 5.3
헤이워드갤러리


영국의 시사성을 작품의 직접적인 소재로 자주 다루면서 영국인들의 애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일반시민들에게 인기작가인 마크 월링저가 헤이워드갤러리에 자신의 작품과 관련이 있는(혹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작품들, 오브제들, 기록물들을 수집하여 전시를 기획하였다. 1966년 월드컵의 영국과 독일의 최종경기에서 영국의 골을 선언하여 논란의 대상이 된 러시안 라인즈맨에서 영감을 받은 이 전시는 그의 작품 선택에서부터 장르 구분의 경계가 모호해짐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지난 25년간 그가 관심을 가져왔던 물리적, 정치적, 심리적, 형이상학적인‘경계’의 개념에 대해서 전개해 보는 전시로, 디오니소스와 실레니오스의 두 얼굴이 새겨진 대리석, 뒤러의 일러스트레이션 등 시대의 구분을 넘어 선택된 그림, 오브제들이 포함된다. <Time and Relative Dimensions in Space>는 사이언스 픽션이자 TV 프로그램인 ‘닥터후’에 등장하는 타임머신‘타디스’라는 푸른색 경찰 박스를 그대 로 만든 것이다. 이 박스는 실제로 영국 전역에서 60년대 말경 임시경찰소로 기능을 했었다. 거울 표면으로 대치시켜 실사이즈 그대로 만든 이 작품은 예기치 않은 소통과 해석의 방식에 대한 아이러니컬한 질문을 하고 있다. 조지 스텁(Gerge Stubbs)은 인간과 호랑이, 암탉의 해부학적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유사성을 드로잉으로 표현하였다. 타시타 딘의 <폴리 아티스트>는 영화 스튜디오에서 효과음을 녹음하는 장면을 녹화한 것으로 사운드와 이미지가 따로 녹음되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인식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이후 완성될 영화의 허구성과 그것을 보면서 진지하게 빠져들 자신의 이후 경험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이 전시는 허구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준다. 한 작가의 컨셉에서 출발하여 역사적이고 경험적인 담론을 전시로 제시하는 특징 있는 전시이다.



로니 혼
2.25 - 5.25
테이트 모던


‘양성성’,‘ 상호 연관성’에 대한 로니 혼의 관심은 이번 전시에서 핵심적인 주제로 드러난다. 똑같은 이미지를 나란히 놓았을 때, 우리는 즉각적으로 그 앞에서 둘 사이의 변별성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애쓰게 된다. 80년도에 로니 혼은 브론즈로 제작한 동일한 오브제들을 의도적으로 각기 분리된 두 개의 방에 하나씩 설치하였다. 같은 오브제지만, 다른 공간에서 경험함으로써 그 경험이 각각 단일적이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이 시도는 복잡한 정체성을 지닌 한 사람이 개인의 변별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의 은유라고도 볼 수 있겠으며 나아가, 관객이 그러한 섬세한 장치들과 개념적 셋팅 안에서 작품 안에 물리적, 개념적으로 흡수되고 경험하는 주체로서 초대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소통의 방식을제시한다. 이번테이트전시에서는 이와 같은 문맥에서 <금매트(Paired Gold Mats)>(1994)와 두개의 동일한 사진 작품, <죽은 올빼미(Dead Owl)>(1997)가 소개된다.
그의 작품들은 드로잉, 사진, 설치, 조각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매체나 방법론에 머무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전개되나, 집요하게 아이덴티티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번에 전시되는 주요 사진 작품 중 하나는 <이것은 나, 이것은 너 (This is Me, This is You)>(1999-2000)라는 48쌍의 소녀의 사진으로 카페공간벽에 설치되었다. 이 소녀는 복장과 분장을 달리하면서 매번 다른 모습을 연출했는데 어린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에 이르는 변신이 눈길을 끈다. 소녀를 바라보는 자아와 소녀와의 감정이입이 일어나면 관객의 성별에 관계없이 문득 소녀를 바라보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이 전시는 작가와 아이슬랜드라는 나라와의 연계성에 특별히 주목하여 한 방을 연출하고 있는데, 아이슬랜드는 작가가 지형적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하는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상징으로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