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흔히 예술적인 것의 통합의 시대, 예술과 삶의 경계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일상의 생활 속에 예술이 용해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며 한편 그러한 성향을 가졌던 과거 예술을 격이 없이 받아드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양식(Jugendstil)으로 알려져 있는 오스트리아 빈(Wien) 중심의 아르누보 작가들 작품이 심심찮게 소개되고 그들의 작품세계에 친근감을 갖게 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문화 환경 한 가운데에 훈데르트바서(F. Hundertwasser, 1920~2000)의 개인전이 청담동 디 갤러리(5. 10 ~ 6. 13)에서 열리게 되었다. 그는 자연에서 도출된 유기적인 선과 비재현적(非再現的)인 강한 색채감으로 자연과 삶의 공간인 건축을 연결하는 작가 특유의 방식에 의한 화면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그러한 화면을 가진 그림과 판화, 타피스리(Tapisserie)와 건축 모형을 포함해서 40점 가까운 이번 전시 작품들은 이 작가가 얼마만큼 강하게 자연과 인간을 아우르는 평화로운 공존의 세계를 소신 있게 강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가령 <달팽이의 집들>(1987)을 보면 인위적인 건축물로서 집들이 나선형의 선들에 미묘하게 연결되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양이 유머러스하고도 개성 있는 표현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작가의 자유의지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한다. 이와 같이 평면적이고 장식적이며 기이하면서도 미묘한 조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의 조형적 형태언어는 주로 자연을 바탕으로 한 개별 모티브에서 축출하고 있다. 달팽이와 같은 특유의 나선 모티브나 양파와 같은 건축지붕 모티브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가령 <왕의 비밀 꽃밭>(1997)과 같은 작품을 보면, 우리 모두가 세계에 살고 있는 왕들이고 우리의 비밀 정원은 다름 아닌 우리 주위에 자연이라는 자연주의자로서 이 작가의 생각이 특수 실크 스크린 기법을 동원한 이 작품에서 진하게 전해오고 있다. 자연에 대한 그의 그러한 생각은, 물이라던가 비라던가, 생명에 관계되는 자연물에 그가 보내는 무한한 신뢰를 통해 화면에 되풀이해서 강조되고 있다.

그러한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의 인간성 회복에 대한 그의 신념은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배려로도 나타난다. 가령 더러운 물이 고인 폐공장터를 프랑크푸르트시로부터 기증받아 그것을 탁아소로 개조하기 위한 건축 설계를 위해서 재원조달 차원에서 판화의 에디션 넘버를 끝없이 높이는 일 이었다. 두개의 양파 형태의 도금 지붕을 위한 노력으로 100번까지 그리고 헤더른하임(Heddernheim)의 탁아소를 위해 1000번까지 색깔을 달리하여 숫자를 높이면서 자비(自費)에 의한 설계를 실천하려던 계획이 그것이었다. 그 같은 일은 그의 말대로 “아이들의 꿈을 위한 초석”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이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소신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그대로 행동이 뒤따랐던 것이다.
그러한 훈데르트바서는 직선을 싫어하는 조형작가이기도 하였다. 삶과 생명을 중심에 두게 될 때 거기에는 층위가 일률적이지 않는 <훈데르트바서의 집> 건축처럼 직선적인 조형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다.

art & culter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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