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예술이야기(100) 프랑스
-베르트랑, 보나르, 그래피티
뤼시앙 클레르그,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5.28-9.20 마르모탕-모네 미술관
아카데미 데 보자르(Academie des Beaux-Arts) 소속 미술관인 마르모탕-모네 미술관이 뤼시앙 클레르그(Lucien Clergue)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을 초대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둘 다 저명한 사진가이며, 사진가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미술의 전통과 권위를 상징하는 아카데미 회원이 됐다는 것이다. 상당히 격세지감이 느껴지지만 사진을 2005년 아카데미 데 보자르의 여덟 번 째 섹션에 입성하도록 만든 장본인도 이 두 사람이다.
클레르그는 열 다섯의 나이에 프랑스 남부 아를르의 투우 경기장에서 만난 피카소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준 후, 피카소의 감탄과 격려에 고무돼 사진계에 입문했다. 올해 40회를 맞은 세계적 사진축제인 ‘아를르의 만남’을 1968년 자신의 친구이자 소설가인 미셀 투르니에(Michel Tournier)와 함께 조직하기도 했다. 1955년부터 현재까지 천착해왔던 ‘삶과 죽음’이란 테마를 시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접근한 아를르 사진들이 전시된다. 하늘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가로 유명한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역시 하늘에서 찍은 파리의 색다른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피에르 보나르
6.20-11.1 로데브 미술관
프랑스 미술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화가 피에르 보나르(Pierre Bonnard)의 회고전. 폴 고갱, 에두아르 뷔이야르, 모리스 드니 등과 함께 ‘나비파(Les nabis)’의 화가로 활동하던 초기 작업부터 구체적인 형태는 남아있으되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를 통해 그 형태들마저 추상적인 빛과 색으로 녹아버리게 되는 말기 작업까지 보나르의 전 작업을 망라했다. 특히 프랑스 남부 미디 드 라 프랑(Midi de la France)에서 그린 그림들 가운데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의 영향으로 그림 속의 현실적인 모티프들이 색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주변의 평범한 오브제들, 화가의 지인들, 여름 낮 한가로운 오후의 풍경, 편안하고 익숙한 행동들처럼 특별할 것 없는 사적인 일상 속의 장면들이 보나르 특유의 화법을 통해 묘한 신비감을 띄게 된다. 보나르의 모더니티는 그림의 소재나 주제로부터 그림 자체, 다시 말해 그림을 구성하는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요소들이 독자성을 획득했다는 데 있다.

그래피티, 거리에서 태어나다
7.7-11.29 카르티에 재단
파리 14구에 위치한 반듯하고 깔끔한 유리 건물, 프랑스의 ‘스타건축가’ 장-누벨(Jean-Nouvelle)이 지은 카르티에 현대미술 재단이 지난 7월 초 거리의 아티스트들을 위한‘캔버스’로 그 모습을 탈바꿈했다. 11월까지 장장 5개월 동안 계속될 예정인 이 전시는 미술관이란 문맥 속에서 그래피티가 갖는 정당성에 관한 문제를 안고 시작했다. 거리라는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며 펼쳐지는 그래피티가, 그리고 종종 공권력의 요주의 대상으로 경찰의 감시와 추격을 받는 이 ‘불법 행위’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제도권의 비호까지 받으며 여느 예술작품들처럼 미술관의 조명 세례를 받고 미술관 경비원들의 삼엄한 통제까지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어느 곳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예술과 비예술, 좀더 심하게 표현하자면 예술과 쓰레기의 차이는 모호해진다. 이번 전시는 그래피티의 ‘에스프리’가 과연 미술관이라는 제도권의 맥락 속에서도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그리고 지하철이나 도시의 건물벽 등 그래피티의 본래 장소성에 그려졌을 때 그것은 어떤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갖는지 등에 대한 민감하고 사회적인 문제들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