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의 변화를 알리는 또 하나의 예증으로 예술정책, 예술행정, 예술경영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들 수 있다. 순수 창작이나 이론이 아닌 실무적, 행정적 차원에 대한 관심은 예술이 사회제도나 조직으로의 편입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모더니즘 시대의 형식주의 미술이나 자율적 예술과는 달리 현재의 미술은 탈장르, 사회참여, 대중소통을 표방하며 정책, 행정, 경영적 뒷받침을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에 직면하여 예술정책은 엘리트 주의와 대중주의,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대립을 타개하기 위한 소통적 노력을 시도하고, 예술의 민주화, 정치화, 산업화 문제를 제기, 그 방안을 모색한다. 예술행정은 이러한 정책을 능률적,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하여 공권력을 행사하며, 예술경영은 예술적 특수성과 경영이라는 보편성을 조화있게 포괄하여 창조성을 고양하고 작품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를 갖는다.
한국은 예술정책/행정/경영의 역사가 일천한 가운데에서도 최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정책 연구와 다양한 프로그램 운용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문예진흥원의 후원기금, 서울시 문화기금 등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목마른 미술인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물론 지원금 분배 원칙이나 방법론에서 아직 미흡한 점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예술 분야나 대안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청년 작가들에 대한 배려로 동 분야 지원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는 여간 고무적인 것이 아니다.
젊은 미술, 20~30대 신세대 작가군의 부상은 새로운 큐레이터십과 대안공간의 출현, 미술지원의 확장 등 미술계 구조 변화의 결과이자 그 동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대중소비문화가 정착된 1990년대 초부터 화단의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신세대 작가군은 실험적, 진취적 작업으로 기성미술에 대한 신선한 자극과 대안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왜곡된 스타의식으로 쉽게 제도권에 합류하거나 자칫 40, 50대를 소외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에서 질타의 대상이 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양면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신세대 미술의 출현과 위상은 한국 미술계의 변화와 발전의 지표가 되고 있다. 시대적 감수성과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지닌 청년작가들이야말로 화단의 체질을 개선할 돌파구를 마련하고 미술문화의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킬 유망주로서 그들에게 한국 미술의 장래를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이화여자대학교 불문과, 캐나다 몬트리올 Concordia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과정, 홍익대학교 서양미술사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플럭서스 서울 페스티벌』,『팥쥐들이 행진』,『사이트 스페시픽』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서울판화미술제', '97 광주비엔날레' 운영 및 조직위원, '2001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국제커미티 멤버로 활동하였다. 주요 저서로 『새로운세계를 연 백남준』,『백남준ㆍ해프닝ㆍ비디오』,『백남준과 그의 예술』, 『페미니즘ㆍ비디오ㆍ미술』,『InfoART』 등이 있다. 현재 쌈지스페이스 관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 이 글은 “공간” 3월호 칼럼에 실린 것을 필자와 공간의 양해를 얻어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