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예술이야기(108)


베니스의 라이벌들: 티치아노, 틴토레토, 베로네즈
9.17-2010.1.4 루브르 박물관


16세기 이탈리아 미술의 중심이었던 베니스는 당대의 화가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던 무대였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매우 독특했던 정치 체제나 사회 구조, 특히 수많은 부호들, 반종교개혁이 한창이었을 때 교회의 영향력, 막강한 조합 조직 등의 시대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메세나를 탄생시켰고, 화가들은 자연스럽게 치열한 경쟁의 구도를 형성하도록 만들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티티안(Titian), 틴토레토(Tintoretto), 그리고 베로네즈(Veronese) 등 그 시대를 대표했던 거장들을 한 자리에 다시 모아, 회화의 정상에 서기 위해 그들이 벌였던 열띤 경쟁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뿐 아니라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다른 나라의 주요 미술관으로부터 대여해 온 대작들 9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를 다룬 화가들의 그림들에서 각자가 다른 화가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주고 받았는지, 또 얼마나 서로의 영향력을 뛰어 넘기 위해 이들이 노력했고 또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적 비전을 제시하게 됐는지를 한 눈에 비교하고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르 누보 리바이벌
10.20-2010.2.14 오르세 미술관


아르 누보(Art nouveau)는 대중에겐 프랑스의 건축가 헥토르 기마(Hector Guimard)가 디자인한 파리의 지하철 입구로 더 친숙한 예술 양식이다. 19세기 말 유럽 전역에 불어 닥친 아르 누보는 윌리암 모리스(William Morris)와 존 러스킨(John Ruskin)의 주창으로 영국에 처음 등장했던 ‘미술과 공예’(Arts & Crafts) 운동과 함께, 삭막하고 획일적인 산업화 양식에 전면 도전했다. 식물 문양과 같은 자연적인 모티프와 순수한 형태를 추구하면서 중세 장인 정신의 회복을 주장했다. 20세기 초 모더니스트 양식의 등장으로 단명하면서 사라져갔지만 1960년대 미술사적 연구의 재기와 함께 미술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현대 미술, 특히 디자인과 그래피즘 영역에 창작적 영감을 불어넣어주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급부상했다. 오르세 미술관은 당시의 그런 분위기를 반영했던 뉴욕과 파리에서의 두 주요 전시, “아르 누보: 세기말의 예술과 디자인”(1959년) 과 “20세기의 원천: 1884년에서 1914년 유럽의 예술”(1960)이 직선과 곡선이라는 대립 구도로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던 아르 누보의 비전과 이 두 전시가 간과했던 측면들을 보완했다. 초현실주의와 60년대 디자인에 크게 유행했던 ‘유기적 디자인’ 과의 관계를 비롯해 건축, 영화, 연극, 텍스타일 등에 이르기까지 확산됐던 아르 누보의 ‘재생’(revival)을 보다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피에르 술라즈 회고전
10.14-2010.3.8 퐁피두 센터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피에르 술라즈(Pierre Soulages)의 회고전. 1946년부터 현재까지 지난 60년 동안의 작업 가운데 주요 작품 100여 점이 선보인다. ‘흑과 빛’의 화가로 통하는 그는 아흔 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캔버스 전체를 검정 색 물감만으로 채워 넣는 이른바 ‘블랙 올오버 페이팅(Black allover painting)’은 화가의 붓질 혹은 제스처가 만들어내는 질감과 빛의 절묘한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불투명한 물감과 투명한 빛, ‘블랙’과 ‘라이트’라는 상반된 요소들이 화면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형성한다. 작가 자신이 명명한 ‘검정색 너머’라는 술라즈의 추상 작업은 물질을 초월한 영적인 세계가 회화에 내재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세계는 물질의 현존을 전제해야만 한다. 물질이 그 물질과는 전혀 관계 없는 다른 주제를 위해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고, 그저 물질로 온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물질은 그 스스로를 진정으로 초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