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파이퍼, The Saints
2009.10.10-2010.3.28 베를린 함부르거반호프 현대미술관
2008년 말 프랑크푸르트의 현대미술관에서 베를린 나치오날(내셔널) 갤러리로 관장자리를 옮겨 앉은 우도 키텔만(Udo Kittelmann)은 그 동안 침체되었던 베를린 현대미술관들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일으키고 있는데, 노이에 나치오날 갤러리의 토마스 데만드 전시(본지 지난해 11월호)는 차치하고라도, 키텔만이 직접 지휘하여 지난 9월부터 올 2월까지 새롭게 선을 보이는 „예술은 끝내줘“라는 함부르거 반호프의 소장품 전시, 그리고 파울 파이퍼의 전시 „The Saints (2007)“가 그 예이다.
이미지문화의 힘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파울 파이퍼(Paul Pfeiffer, 1966 미국출생)는 그래서 주로 대중매체를 통해서 이미 잘 알려져 대중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운동경기나 콘서트의 스펙터클 한 장면들을 선택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그 사진, 영상의 일부 상황정보를 삭제하고 변형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삼 개월간 말벌이 집 짓는 모습을 동시 상영하는 „Empire(2004)“, 반사현상 속에서 완벽한 원형경기장의 모습을 드러내는 건축 조각적인 „비트루브식 형태(2009)“,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음향설치작업 „성인들(2007)“을 보여준다. 1966년 웸블리에서 열린, 축구역사에 일 획을 그은 영국과 당시 서독의 월드컵 결승전을 토대로 제작된 „성인들“은 전시장 맞은 편 벽의 손바닥만한 LCD 모니터 하나 외엔 경기장 관객들의 환호소리로만 가득 메어진 널찍한 공간과 경기하는 선수들을 주시하며 열광하는 관객들의 영상들로 채워진 공간 둘로 구성되어있어, 시간의 흐름과 함께 관객으로 하여금 서서히 1966년의 웸블리 축구장의 열광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승리를 했던 패배를 했던 대중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남아있는 현 문화의 성인들이 세계전역에서 거의 종교이상으로 숭배되고 있음을 제시해 주는 이 작품은 대중 속 개체의 정체성, 역사기술의 문제성만이 아닌, 열광적인 광신문화로 진행되어가는 대중문화의 보편적 전이를 고발하고 있다.

프란츠 베스트: Auto-Theatre
2009.12.12-2010.3.14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
"어떤 예술이냐 보다는 예술이 어떻게 사용되는 지가 중요하다"로 자신의 예술관을 일축하는 오스트리아 출신 프란츠 베스트(Franz West, 1944년생)는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만질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한 조작가로 유명하다. 작품에 손대는 것을 절대적 금기로 믿었던 당시의 인습을 진부하다고 판단, 관객이 직접 손으로 만지고 심지어 신체에 적용할 수 있는 오브제 조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는 또한 „누구나 예술가“라고 한 요셉 보이스의 주장(1967년)에도 근거하는데, 이로서 베스트는 관객으로 하여금 1. 작품의 일원이 됨과 동시에 2. 작품의 완성을 수반하며, 3. 그 순간 예술가가 되기까지, 4. 수동적이던 예술감상에서 벗어난 적극적인 자세로 작가와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80년대 초반, 벨기에에서 열렸던 자신의 개인전 오프닝이 길어짐에 따라 본인 스스로 의자의 필요성을 절감, 이 경험을 토대로 그가 비인의 미술관 전시에 초대되었을 때 자신이 제작한 철제의자를 전시 설치하였단다. 작품관람에 편이를 제공하는 실용성을 띤 베스트의 조각이 태동된 순간으로, 87’ 뮌스터 조각전, 92, 97 카쎌 도쿠멘타의 의자들과 97년에 뮌스터에 설치해놓은 간이용 남자화장실이 거기서 연장된 결과물들 일 테다. 이렇게 순수미술과 가구 디자인, 공예의 경계뿐만이 아닌 삶과 예술의 경계도 해체하며 작업을 해오는 베스트. 콜라주, 오브제, 조각, 설치, 실내장식 등 선별된 40여 점을 통해 그가 지난 35년간 구축해온 작품세계의 단면을 제시하면서, „관객참여 희망: 손 표시가 있는 작품은 사용하시오“라는 안내문으로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설치된 가리개 뒤, 칸막이 안, 실용성을 제공하는 의자나 소파들 같은, 전시장 속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 직접 주연배우가, 작품이, 그리고 작가가 될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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