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국 전시회(2)


아이덴터티 : 여덟개의 방, 아홉명의 삶 2009.11.26 - 4.6 웰컴 컬렉션

전시 ‘아이덴터티’는 인간의 정체성의 문제를 다각도에서 조명해 보고자 기획한 전시로 각기 다른 인물 9명의 삶에 촛점을 맞추어 그들이 이룬 업적과 작품, 흔적들을 통해 인간 정체성을 8가지 주제적 측면으로 질문해보고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각각의 방은 따라서 각 인물들이 제시하는 하나의 주제로 대응된다. 정체성이라는 거대하고 막연한 문제를 일괄적으로 다루기보다 각각의 인물들이 역사적으로 남긴 자취를 더듬으면서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누구이며, 그러한 질문이 어떤 사회, 문화적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주고 받게 되는지, 다른사람과 다름을 가늠하는 방법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는지, 이러한 정체성의 문제은 과학과 어떤 연관관계에 있는지 묻고 있다.

사무엘 핍스는 17세기 후반 영국 해군 장교로 그가 남긴 일기장은 사후에 영국혁명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서 출판되었다. 젠더의 문제는 전시주제적 측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 중 하나가 프랑스 작가 클로드 카훈의 방이다. 카훈의 초상 사진들은 나치 점령하에 저지(Jersey)에 베이스를 가지고 살면서 제작된 그녀의 집요하고도 이념적으로 밀도 높은 작업들로 구성되었다. 이 시리즈의 작업들은 대부분 1920-1930년에 걸쳐 제작된 것들로 유대인이자 레즈비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던 기간을 반영한다. 작품들은 자신의 얼굴 이미지가 일상의 공간, 사물, 자연과 융합하고 만나는 지점을 통해 초현실적이면서 모호한 시각 이미지로 드러난다. 시적이면서 극적인 이 작품들은 강하고 대면적이다. 에이프릴 에쉴리(1935-)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던 개인으로 이후 알려진 모델이 되었으나 당대가 용납하지 못했던 경계에 살아야 했던 이유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었다. 극배우 피오나 쇼의 활동과 다양하고도 화려한 역할의 연출은 정체성의 문제를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영국의 유전학자 알렉스 제프리의 지문을 통한 유전자 분별의 선구적 발명은 과학적으로 개개인의 정체성을 분별하는 현대과학의 급진성을 지각하게 하였다.



리차드 윌슨 20:50 영구설치, 사치 갤러리

근 이십여 년간 영국의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조각가 리차드 윌슨의 20:50이 생략 될 수 없다고 언급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사치 갤러리가 이전되기 전 ‘바운더리 로드’ 갤러리에 설치되었었던 리차드 윌슨의 20:50을 현 첼시 갤러리에 그대로 다시 재현하였다. 늘 가장 최근 시점의 새로운 미술을 찾고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사치 갤러리가 1987년작을 단 하나뿐인 갤러리의 영구설치 작업으로 거듭 내세우고 있다. 갤러리의 지하층에 설치된 이 작품은 관객이 섰을 때 허리 높이까지 기름이 가득차 있는 공간에 둘러싸이도록 고안된 것으로, 층계를 내려오자마자 연결된 철판으로 제작된 긴 통로를 걸어들어가 사방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벽면이 하얗고 깨끗한 실내 공간을 반사하는 기름의 표면은 갤러리 공간을 일루전을 일으키면서 전적으로 전환시킨다. 점성있는 액체가 견고한 물성을 획득하, 엔진오일이 고여서 굳었을 상태의 기름이니 유독성분을 가졌을 물질이 그와 상반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니, 이설치 작업은 20년 가까이되어 다시 재현 되었으나 여전히 시지각을 자극하며 스펙터클하다. 이 작품은 옵아트, 미니멀리즘, 대지미술의 언어를 재현, 반복하고 있으나 그러한 역사적, 미술사적 문맥을 떠나, 오감을 자극하고 물성으로 인한 밀도가 육중함으로 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