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전시회(2)

제스퍼 존스 판화전
2009.10.11 - 4.4 워싱턴 DC 내셔널갤러리


판화전은 많지만 제스퍼 존스가 판화와 다른 매체를 혼합한 작업들을 소개하는 이러한 전시는 흔치 않다. 보통 ‘working proof’ 혹은 ‘artist’s proof’라 불리는 판화의 에디션은 최종판이라기 보다 작가가 작업 상태를 확인하는 테스트용 에디션이면서도, 실상 그 자체가 유일한 판화 작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제스퍼 존스는 에칭, 석판화, 실크스크린 등 판화 제작 중의‘working proof’에 파스텔, 잉크, 물감으로 드로잉이나 페인팅을 추가하여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2007년도에 제스퍼 존스의 개인 소장품 판화 1700여 점을 입수한 내쇼널 갤러리가 그 중 선별하여 기획한 이번 전시 제목 “Editions with Additions : Working Proofs by Jasper Johns”은 바로 판화와 접목된 다른 매체로 이루어진 작품의 속성을 설명해 준다. 제스퍼 존스가 1962-97년에 제작한 45점의 종이 작업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작은 규모이지만 작가의 내밀한 사유의 경로와 작업이 나아가는 과정, 그리고 판화와 스케치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들을 보여주어 흥미롭다. 국기, 과녁, 지도, 알파벳, 인체일부 등 제스퍼 존스가 반복한 모티브가 많은 60~70년대의 작품, 가족사진, 개인 소장 작품 등을 자전적 내용이 포함하고 구조가 복잡해지는 80~90년대의 작품 등 두 부분으로 구분되어 전시된다. 석판화에 파스텔, 연필, 잉크로 그린 <잘못된 출발>(1962), 스크린 프린트에 분필, 잉크, 콜라주를 첨가한 <과녁과 네 얼굴>(1968) 등 60년대 작품부터 석판화에 크레용으로 그린 <홀바인을 따라서>(1993), 석판화에 잉크로 그린 <대양>(1996) 등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판화에 결합한 재료가 다양하다. <대양>은 무용가 머스 커밍험이 안무한 작품명이자 동 무용단을 지원하기 위해 제작한 동판화 가운데 하나로 머스 커밍험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팀 버튼
2009.11.22 - 4.26 뉴욕현대미술관


비틀 주스, 베트맨,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스위니 토드 등의 영화로 유명한 팀 버튼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번 전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팀 버튼의 스케치북, 드로잉, 회화, 사진, 영상물 등 700여 점에 달하는 전시물이 다소 촘촘히 진열되어 미술관에서 통상 보여지는 전시보다는 배치가 답답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이번 전시는 그를 영화인이라기 보다는 드로잉과 회화, 사진과 영상, 삽화가와 작가 등 다재다능하게 매체를 다루는 미술가로 보게끔 만드는데 손색이 없다.

뉴욕 현대미술관의 필름 부서와 동 콜렉션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하지만, 감독과 제작자로 30년 이상 영화계에 몸담은 팀 버튼의 작품을 회고하는 영화제가 아닌 형식으로 필름이 아닌 기타 작품 위주로 작품 세계를 개괄하는 것은 동 미술관에서 이례적이라 하겠다. 전시를 기획한 뉴욕현대미술관 필름 부서에 의하면, 팀 버튼은 팝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동시대 포스트모더니즘 세대의 미술가들과 공유하는 감성이 많으며, 특히 신문과 잡지의 만화, 만화영화, 동화, 장난감, 일본 괴기 영화, 카니발 슬라이드쇼, 표현주의 영화와 공상과학 소설 등의 영향을 두루 받은 예술가다. 따라서 영화 제작자로서의 면모라기 보다는 미술가 개인으로서의 작업의 발전 과정을 1980년대부터 들추어 보여주는 전시이다.

전시된 대개의 작품은 팀 버튼이 개인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며, 영화로 제작되지 않은 초기 미공개 회화 및 소품들이 다수이다. 전시회는 팀 버튼이 성장기를 보낸 캘리포니아의 마을 버뱅크를 주요한 출발점으로 하여 크게 초기작품에 관한 ‘버뱅크의 잔재’, 미대 재학시절과 월드 디즈니사에서 애니메이터로서의 활약을 소개한 ‘버뱅크 미화’, 본격적인 영화 제작자로서의 팀 버튼을 보여주는‘버뱅크를 넘어서’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현대미술관 극장에서는 80년대부터 현재에 걸친 그의 영화 14편을 상영하는 영사회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