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전시회(3)

2010 휘트니 비엔날레
2.25 - 5.30 휘트니 미술관


매 2년 마다 미국 미술의 최근 동향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휘트니 비엔날레가 올 해로 75회를 맞이했다. 휘트니 미술관이 설립된 2년 후인 1932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휘트니 비엔날레는 초기에는 매년 개최되는 애뉴얼 형식이었다가 변모를 거듭하면서 1973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되었다. 시각 예술의 모든 매체를 포괄하는 격년제 미술전으로 정착된 휘트니 비엔날레는 미국 컨템퍼러리를 보여주는 최고의 쇼케이스로 통한다. 하지만 2006년 유럽계 큐레이터를 선임했던 예에서 보여지듯, 최근에는 미국 중심의 편향성에서 벗어나 보다 세계적인 어필을 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미술가를 선정한 큐레이터는 프란시스코 보나미와 게리 케리온 무라야리로 두 사람의 상보적인 연배와 경력 등이 이번 비엔날레의 독특한 관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리 태생으로 국제적인 명망을 얻고 있는 55세의 베테랑 큐레이터 프란시스코 보나미는 휘트니 미술관과 최근 수년간 연고가 있기도 했다. 2006년 휘트니 비엔날레 벅바움 상의 심사위원을 비롯, 시카고 컨템퍼러리 미술관에서 기획했던 루돌프 스틴겔전을 2007년 동 미술관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몸담았던 시카고 컨템퍼러리 미술관을 떠나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그는 미국인이란 무엇인가, 미국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비엔날레를 통해 미국 미술을 자유롭게 규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케리온 무라야리는 휘트니 미술관의 학예직으로 근무하면서 최근의 ‘프로그래스’전, ‘텔레비전이 전달하는 사람들’등의 전시를 기획한 바 있는 28세의 젊은 큐레이터이다.



지금까지의 많은 비엔날레의 경우와 달리, 이번 비엔날레의 일반적인 제목 ‘휘트니 비엔날레 2010’에서 시사되듯이 금년도 전시는 특정 주제나 상징성 보다는 컨템퍼러리 미술과 미술가들의 다양성과 개인성에 보다 역점을 두는 전시이다. 초대된 55명의 미술가들이 특정 매체나 양식을 근거로 선정되었다기 보다는 최근 몇 해 동안 사회에 편재한 불안과 희망 등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으로 작품마다 개별성이 강하게 보여지는데, 필름, 비디오, 사진, 회화, 조각, 드로잉, 인스톨레이션, 건축 등 매체는 예전처럼 매우 다양하며 퍼포먼스도 행사 기간 중 열린다. 미술가들의 연령층과 활동 지역으로 보면 미 전역에서 활동하는 기존 작가와 신인 작가 층이 폭넓다. 1934년 보스턴생 뉴욕에 거주하는 로렌 오그래이디가 최고령이고, 1986년 베트남 생으로 테네시에 거주하는 탬 트랜이 최소 연령이다. 43년생 마이클 애셔(LA 거주), 50년생 쥴리아 피시(시카고 거주), 64년생 조세핀 맥세퍼(뉴욕 거주) 등 40대 이상 층이 절반을, 20여명의 70년대생 및 5명의 80년대생 미술가들도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휘트니 미술관 및 휘트니 비엔날레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미술가들도 이번에 다수 포함되었다. 우선, 제임스 케이스비어, 조지 콘도, 수잔 프래콘, 하나 그릴리, 로버트 그로브스너, 찰스 레이 등 역대 휘트니 비엔날레에 참가한 미술가들도 11인이나 된다. 그리고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인전 및 그룹전에 초대된 미술가들도 여러 명이 있다. 찰스 레이의 경우, 1998년에 휘트니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개최한 바 있는데 이번 비엔날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그 때와 다른 신작 인스톨레이션이다. 서부 개념미술의 선구 마이클 애셔도 1969년 그룹전 ‘반환영’전시에 초대된 적이 있고, 피에트로 욱란스키도 2007년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금년 비엔날레에는 비엔날레 자체의 역사와 시간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비엔날레 기간 동안에 5층에서 열리는 또 다른 특별전 “콜렉팅 비엔날레”전에도 이러한 점이 강조되어 있다. 소장품 가운데에서 지난 80여 년간 비엔날레에 전시되었던 미술가들의 작품을 선별한 이 전시는 비엔날레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 뿐 아니라 미술관 콜렉션 형성 과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시로 리차드 아트와거, 밀튼 에이버리, 매튜 바니, 애쉴리 비컬튼, 리 본테쿠 등 대표적인 미국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