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랑스 전시회(5)

루시앙 프로이드의 아틀리에

3.10 - 7.19 퐁피두 센터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드의 손자이자, 현존하는 예술가들 가운데 가장 비싼 그림 값으로 거래되고 아티스트로 유명한 루시앙 프로이드(Lucian Freud)의 개인전이 퐁피두 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1987년에 있었던 회고전에 이어 프랑스에서는 두 번째로 기획된 전시로, 이번엔 런던에 있는 작가의 아틀리에를 테마로 삼았다. 프로이드에게 있어 작업실이란 창작의 산실인 동시에 화가와 모델의 은밀한 사적 공간이자, 그림을 구성하는 ‘미장센’의 무대이기도 하다. 아틀리에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아틀리에가 되는 셈이다.
“모든 작품은 자서전”이라고 했던 그의 그림들은 자신의 친구, 연인, 가족, 동료 예술가 혹은 자기 자신을 다룬 초상화이고,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초상이란 모델과의 유사성이 아니라, 한 인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현존시키는가라는 재현의 문제와 직결된다. ‘누드(nude)’가 아닌 ‘네이키드(naked)’로 등장하는 그림 속의 모델들은 고전주의적 누드화와는 달리 아무런 상징적 코드 없이 문자 그대로 벌거벗은 인간의 실존을 향한다. 무표정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공허함, 노골적이고 선동적인 육체성, 그리고 숨이 멈춰버린 듯한 극적 긴장감과 ‘묘한 불안감’ 등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예술적인 담론을 형성하기엔 지나치게 사적인 범주에서 맴돌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레코에서 달리까지 : 에스파냐의 거장들
3.12 - 8.1 자크마르-앙드레 미술관


자크마르-앙드레 미술관이 에스파냐 미술의 진수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레코, 리베라, 뮤릴로 등 종교적이고 신비로운 세계에 경도됐던 화가들이 강렬한 명암 효과를 통해 천상의 영광을 예찬한 그림들과 함께, 고야의 ‘세속적인’ 왕실 초상화를 거쳐, 프랑스 인상주의의 영향으로 빛과 색이라는 회화의 근본적인 요소에 천착해 모더니티의 장을 연 소롤라와 그의 후계자들까지, 그리고 피카소, 그리, 미로, 달리 등 전통과의 단절과 회화적 혁신을 통해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끌었던 예술가들까지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에스파냐에서 전개됐던 다양한 미술 운동을 만날 수 있다.




윌리 로니스전: 참여의 시학
4.16 - 8.22 모네 드 파리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가 윌리 로니스(Willy Ronis)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주 드 폼므와 건축 문화재 미디어테크, 그리고 모네 드 파리에 의해 공동 기획됐다. 거리, 노동, 여행, 인간의 몸, 그리고 로니스 자신의 자서전이라는 다섯 개의 테마를 중심으로 그의 사진 작업 전반을 재조명한다. 카르티에-브레송, 드와노 등 그와 동시대의 사진가들처럼 2차 세계 대전 후 전개됐던 휴머니즘적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있는 로니스의 사진들은 인간 존재와 인류애에 대한 신념을 회복하고자 했던 당시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경향을 반영한다. 시적인 감수성을 통해 걸러진 파리의 풍경, 어린 아이들, 일상, 도시와 시골의 삶 속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진가의 진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상주의적 비전은 사회에 존재하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측면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공장 노동자들의 파업과 극빈자들의 삶을 다룬 그의 사진들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고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동참하기를 촉구하는 ‘행동하는 사회주의자’ 로니스의 참여의 미학이 반영돼 있다. 그것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센티멘털리즘과도 가난과 고통을 미화하는 키치적 탐미주의와도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