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독일 전시회(5)

에르윈 부름, Liquid Reality
3.25 - 6.6 본 미술관


지난 80년대부터 레디 메이드, 오브제 트루베를 이용하여 컨셉아트, 행위, 퍼포먼스,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들을 해 오면서 예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이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열어 보여줌과 동시에 조각영역의 경계를 확장해온 에르윈 부름(Erwin Wurm, 1954-)은 프란츠 베스트(본지 1월호)에 이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오스트리아 동시대 작가 중의 하나인데, 베스트처럼 부름도 전시장의 관객들에게 작품이 되어주길 초청해 관객의 참여로 자신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완성한다. 좌회전하면서 제 속력에 못 이겨 오른쪽으로 밀리듯 비스듬하게 이그러진 자동차, 전시장의 한쪽 벽 전면에 확대되어 펼쳐진 스웨터, 뚱뚱해져 퍼져 내려앉은 집, 다양하게 변신된 티셔츠, 바지, 스웨터들은 우리 인간의 인체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들로, 이 작품들 속에 부재하는 우리네 인체, 인간이 부름 작업의 화두이다. 관람객에게 일상의 사물들을 이용해 포즈를 취하게 한 후 사진이나 비디오로 포착해 놓은 “One Minute Sculpture”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부름은 이를 기록한 사진작품들과 시간의 흐름을 포착한 비디오 작품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곳의 한 거대한 전시장을 가득 메우는 무대를 설치하고는 그 위에 하얀 핸드백, 고무줄, 변기 청소제, 박스, 테니스 공들을 비치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그 사물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동작을 할 것을 요청하면서, 그 내용들을 적어놓았다. 이렇게 지난 20여 년간 상상을 불허하는 풍부한 유머감각으로 제작해온 작품세계를 보여주면서 부름은 자신의 관심사인, 우리사회의 개인적이고도 공통적인 정체성들의 다양성을 적나라하게 제시함과 동시에 인간의 삶이 터무니없음과 비극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황당한 놀이라는 사실도 은근슬쩍 암시해준다.



국제 빛예술 비엔날레:open light in private space
3.28 - 5.27 운나외 다섯 도시


2010 유럽의 문화수도 루어지방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중의 한 일환으로 기획된 국제 빛 예술 비엔날레(Biennale for international Light Art)가 빛예술 중심도시인 운나를 비롯한 동루어지방의 다섯 도시에서 열리고 다. 빛을 이용한 작품들을 보여주는 이 전시는 그러나 각 도시의 미술관이 아닌, 위의 여섯개 도시에 산재한 60여 가구의 사적인 공간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마치 1986년 얀 훗(Jan Hoet)이 기획했던 “친구들의 방(Chambres d’amis)”이란 전시가 벨기에의 겐트에 소재한 개인 소유 집이나 아파트 50여 군데에 열렸던것처럼. 사람이 사는 실 생활 속의 응접실, 창고, 지하실, 부엌, 지붕 밑 공간 등에 빛을 이용하여 제작, 설치된 작품들은 미술관, 갤러리, 소장가들에게서 대여되었든, 35명의 젊은 작가들에 의해서 새로이 제작되었든, 이젠 아방가르드의 염원처럼 전시장을 벗어난 일상으로 돌아가 일상에 속한 예술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비록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이 어떤 작업을 하며, 현, 동시대 미술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자신들의 집에 설치된 작품의 의미를 다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기에, 그리고 당신들의 도시에서 진행하는 예술프로그램에 참여, 후원하기 위해서 거실의 장을 옮기기도 하고 또는 매일 사용하는 식탁을 치워주는 불편을 무릅쓰고라도 예술작품을 유치하고, 매일 관람객을 맞을 준비로 들떠있는 참여 주민들의 자세는 그야말로 2010년 유럽의 문화 수도 루어지방을 밝히는 빛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참석한 양혜규도 초대작가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