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랑스 전시회(6)

비트 키타노 다케시전

3.11 - 9.12 카르티에 현대미술 재단


키즈 리턴, 자토이치, 하나비 등 다수의 영화를 만든 일본 영화 감독 키타노 다케시가 파리의 카르티에 현대미술 재단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키타노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던 영화배우이기도 하다. 게다가 텔레비전 엔터테이너, 유머리스트, 가수,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 그리고 시인이자 조형 미술가로서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왕성한 활약을 하고 있는 말 그대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다.

키타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카르티에 미술관을 ‘놀이공원’으로 바꿔놓았다. 자신의 작품들을 놀이 기구로 삼아 관객들이 그 안에서 흥미로우면서도 복잡하기도 한 게임을 즐기도록 초대한다. 대중문화적 요소들, 과학적 사고, 풍자와 전통, 그리고 예술과 키치가 축제 분위기처럼 흥겨운 전시장 곳곳에 섞여있다. 물론 스스로를 ‘선데이 화가’라고 자처하는 키타노의 원색적이며 ‘나이브한’ 그림들도 전시되고 있다. 오토바이 사고로 죽을뻔한 고비를 넘긴 그가, 사고 이후 1996년에 그렸던 동물과 식물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생명체가 등장하는 그림들도 소개된다. 이 기괴한 형상의 그림들은 1997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기도 한 키타노의 영화 하나비에도 등장했었다. 프랑스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키타노의 TV 코미디쇼의 일부를 발췌한 영상물과 함께, 특별히 이번 전시를 위해 그가 제작한 비디오 스케치도 공개된다. 여기서 키타노는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서양인들이 갖고 있는 편협한 고정관념을 유머러스하게 공격하고 있다.



빔 델부아예전
4.16 - 8.22 로댕 미술관


현대 미술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아티스트로 부상한 벨기에 출신 빔 델부아예(Wim Delvoye 1965~ )의 개인전이 로댕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델부아예의 전시와 동시에 열리고 있는 또 다른 전시 《로댕과 장식미술》 에 맞춰 기획됐다. 델부아예는 평범하고 하찮은 일상의 오브제들을 교묘하게 ‘사치품’으로 둔갑시켰던 작업들로 1990년대 초반부터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계기는 2000년 벨기에, 앙베르의 MuHKA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설치작 《Cloaca》일 것이다. 인간처럼 음식물을 섭취하고 배설하는 이 기계장치는 신성한 미술의 권위에 도전하는 도상파괴적 행위였고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파괴하는 반엘리트적 행위였다. 하지만 그 행위가 엄연히 미술제도권 내부에서 그 체계에 여전히 종속돼있었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모든 아방가르드 미술의 전복적 시도들이 해결하지 못한 모순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에 로댕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은 장식과 기능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요소가 각자 본래 갖고 있는 위상과 가치를 뒤집고 혼합함으로써 기존의 좋은 취향과 나쁜 취향이란 선명한 이분법의 경계를 흐린다. 오랜 숙련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장인적 테크닉과 그 테크닉이 적용된 지극히 대중적인 모티프 사이의 간극이 기묘한 착시 현상처럼 메워졌다가 다시 떨어진다. 그처럼 델부아예는 무거움과 가벼움, 전통과 모더니티, 예술과 산업, 종교와 과학, 고급스러움과 천박함 사이의 양 극단을 넘나들며 위험한 곡예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