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스노스트
4.16 - 6.26 헌치오브 베니슨
1890년에서 1990년사이 일어났던 소련의 비순응주의적 미술에의 집중적인 조망을 시도한 전시, ‘글라스노스트’는 베를린의 Galerie Volker Diehl 과 모스크바의 one 갤러리에 의해 기획되었다. ‘글라스노스트’는 1980년대 중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정치, 경제 개혁정책을 일컬었던 용어로서 냉전의 종말과 소련 사회의 자유화를 표현하였던 것인데, 예술에 있어서는 대중문화의 확장과 언더그라운드 예술을 예고했던 당대 소련 미술의 변화적 양상을 표현하게 되었다. ‘글라스노스트’에 기반한 언론의 자유와 투명성에 대한 강조에 고무되어,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이 실험적, 도발적이고 풍자적 내용의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시도는 지난 수세기를 지배했던 관료적이고 정부인가적 예술에 대해 응수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 시기의 미술은 구소련의 문화와 제도에 대해 개방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한 새로운 예술적 전략을 표방하였다.
전시되어지는 작품들은 당시 활발하게 드러났던 언더그라운드적 예술의 동향과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던 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급진적인 시대적 변화가 미감과 미학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을 목격할 수 있는 이 전시는 미디어를 절충적으로 흡수하였던 작품, 전체주의 대한 반항을 표현했던 작가들 등, 집단적이기보다는 개인적 성향이나 스타일을 실천하고 발전시키고자 시도했던 미술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알렉산더 코소라포프(Alexander Kosolapov)와 코마르&멜라미드(Komar & Melamid) 등은 소츠 아트(Sots Art)를 통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신화와 수사법을 대중적 미학과 비판적인 시각으로 재가공했다. 일리야 카바코프(Ilya Kabakov) 등은 전통적인 개념주의에 섬세한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을 적용, 대중의 의식을 지적으로 관찰, 탐험하고자 하였다. 이 외에 전통적인 표현 방식을 전적으로 접고, 유럽의 현대 미술에서 새로운 언어를 모색하여 온전히 새로운 시각언어를 전개, 실험하고자 한 그룹들도 보인다. 예술이 주도했던 전례없이 활달하고 혁명적이었던 시도를 소개하는 특징적인 전시가 되고 있다.

나이리 바흐라미안 & 필리다 바로우
5.8 - 6.13 서펜타인 갤러리
나이라 바흐라미안(1971)은 베를린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작가로 주로 조각적 설치와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제도화된 미술의 생산과 소통에 대해 질문하는 바흐라미안의 작품은 다소 복잡한 문맥을 가지며, 형식적으로는 미니멀리즘과 디자인의 역사, 모더니즘 건축의 요소들을 다루고 있다.
필리다 바로우(1944)는 영국 작가로 거대 스케일의 조각작품들을 소개한다. 거리에서 주운 낯익지만 의미없는 재료들의 거칢이 무겁고 수직성이 강한 오브제들로 변신하는 독창적인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다른 이 두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 바흐라미안의 작품이 역사적인 담론이 그것을 둘러싼 미니멀리즘, 문학, 디자인, 정치에 대한 물질성을 통해 성숙한 구체적인 질문들이라면 바로우의 작품은 그와 연관된 질문들에서 출발한 대조적 결과라고 보여진다. 바로우는 작품이 놓인 위치에서 출발하는 특정적 형태와 스케일을 구사하는 반면 바흐라미안의 작품은 조각적인 형태와 그것이 침입하는 공간과의 동등한 관계에 대한 관심을 더 피력하고 있다. 핸드 메이드인 조각설치 작업을 통해 독특한 위트를 즐기는 두 작가는 각각 무겁고 섬세한, 고급미술이고 저속한 상이한 언어를 다루면서 이질적이지만 긴장감이 있는 소통을 일으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