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한국의 10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1일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확정지은 것이다.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이 한 단계 올라가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오는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달성,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 역사와 전통문화에서도 궤를 같이하게 되어 뿌듯하고 가슴속 깊이 자긍심이 느껴진다.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한국인의 삶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 생활공간이며, 유교문화의 타임캡슐이다. 조상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살아 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인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의 세계유산 등재는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한민족의 삶 자체를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일을 하게 되면서 지방에 갈 기회가 많다. 민족의 심성이 담겨 있는 구굴구불 고샅길, 담쟁이 넝쿨에 감싸 안긴 채 정겹게 마을을 타고 도는 나지막한 돌담, 오래 전 금실 좋은 부부가 몇 남매를 낳고, 그 자식들의 커가는 소리가 사립문을 틈으로 새어 나와 해질 무렵 동리를 가득 메웠을 법한 빈 기와집, 이제는 다 떠나고 잡초만이 무성한 지붕의 기와 한 장도 예사롭지가 않다. 박물관 일을 볼 때와는 다른 시각이다.
최근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으며, 지역 색과 역사, 문화, 인물 등을 담고자 하는 역사관·사료관·기념관·전시관 등이 많이 생기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애향심과 함께 문화 향유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뭐라 할 순 없다. 다만 이러한 시설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건물만 덩그러니 들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문제가 된다. 자치단체장이 임기중 치적을 쌓기 위한 사업을 무리하게 한 결과로 비치기 쉽다. 한번 건립하면 폐관하기 쉽지 않은 공공시설의 특성상 신중한 접근과 기획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시설을 단기간 무리하게 구축하기보다는 이번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에서 보듯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삶의 흔적에서 박물관적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한 예를 들어보자. 생산량 증가 대비 소비량 감소에 따른 쌀의 잉여 생산, 도시화에 따른 농촌인구 감소와 노령화 등으로 휴경지로 변한 다락논은 활용하기에 따라 훌륭한 에코뮤지엄(eco-museum)으로 손색이 없다.
고단한 삶을 등에 지고 곡식 한줌 더 얻겠다고 거친 코쉼을 내품으며 쟁기질하던 가난한 농부와 누런 황소의 수고가 녹아 있는 흔적으로 미래에서 바라볼 때, 과거의 역사 유적임에 틀림없다.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현실에서 흙과 자연이 함께하는 공간은 해당 지역의 향토색은 물론, 그 자체로만도 도시인들에게 추억과 정서적 안정을 준다. 이것을 살리는 그곳이 곧 훌륭한 박물관이며 작은 문화유산이다.
세계유산 등재 규모의 유서 깊은 곳은 아닐지라도 주변에는 크고작은 제2의 하회·양동마을이 있음을 인지하고 적극 살려 나가야 한다.
거듭 하회·양동마을의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며, 조선시대 유교문화를 간직한 채 올곧은 선비정신을 기반으로 묵묵히 터전을 일궈온 두 마을 주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등재를 위해 치밀하고도 착실하게 준비해온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등 관계자들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문화유산국민신탁, 민족문화유산 지킴이로서 큰 책무를 느끼게 한다.<-문화일보 2010.8.4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80401033837191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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