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 둘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문화와 예술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기 때문이다. 비록 하나가 상업적인 쪽으로 기운 감은 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그 덕을 누릴 수 있다면야 그것 역시 좋은 일이다.

메세나와 스폰서 얘기다. 만약 이 둘이 없었다면, 발레와 오페라는 중세 유럽처럼 여전히 특권층의 한가한 유흥에 머물렀을 것이다.

메세나(mecenat)가 로마시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친구로 시인들을 도와줬던 마에케나스에서 유래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쓴 베르길리우스는 음으로 양으로 마에케나스의 도움을 받았고, 시인 호라티우스는 베르길리우스의 소개로 후원을 받았다. 마에케나스의 전폭적인 후원에 힘입어 로마는 그리스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을 조금씩 떨쳐내고 문화예술을 꽃피우게 됐다. 마에케나스의 후원 명맥은 메디치가(家)로 이어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천재들이 인류문화의 한 장을 장식하는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김연아의 스폰서`, 박지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폰서`로 우리에게 익숙한 스폰서(sponsor)는 `보증인` `후원인`이라는 뜻의 라틴어 스폰데레(Spondere)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스폰서는 이후 `조건 없는 지원`인 메세나에 비해 기업의 마케팅과 접목됐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 만약 기업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피겨 여왕`은 `피겨 공주`에서 머물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뿌리와 뜻이 어찌 됐든 메세나와 스폰서는, 국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서 알게 모르게 문화예술과 스포츠가 살아숨쉬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스폰서의 여러 변종이 생겨나며 원조교제와 다름없는 `어두운`말로 더 통한다. `돈 없고 빽 없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뜨기 위해 도와줄 사람을 찾고, 일부 권력자들은 뒤를 봐준다는 명목으로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챙기는 일이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횡행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더욱 가관이다. 서로 연결해주는 스폰서 사이트도 있고, 카페도 줄지어 있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상 궤도에서 한참 벗어난 `스폰서`와 달리, 메세나활동이 차츰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문화예술지원 액수는 줄었지만, 지원 건수는 더 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의 메세나 참여 증가는 메세나 활동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경기침체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메세나 활동에 나서는 중소기업들을 보면 경외심까지 든다.

메세나활동도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에 대한 단순한 지원에서 기업과 예술단체와의 결연, 소외계층 찾아가기, 청소년문화예술 활동 지원으로 장르와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올해는 메세나협의회가 태동한 지 16년째 되는 해다. 단출했던 회원도 이제는 200개를 훌쩍 넘기고 있다.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치고 메세나협의회 회원이 아닌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오늘날 미국을 있게 한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점차 우리나라에도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 활동에 나선 기업들을 시상하는 한국메세나대회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많은 기업이 응모해 심사위원들이 수상자 선정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그만큼 든든한 배경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폰서의 일탈이 안타깝지만 활발한 메세나활동으로 우리 문화예술의 미래는 더 밝다고 할 수 있다.
<-매일경제, 2010.11.16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0&no=622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