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임한 신임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10일 기자 설명회에서 숭례문 복구에 대한 과정과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방재 환경을 체계적으로 구축·운영하기 위해 물적·인적 자원을 정비하고, 문화재 재난 대응 능력 향상과 재난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최 청장은 이날 문화재 관리 개념을 일상적 위기관리로 전환하고 전통 도구와 기법으로 복구함으로써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에도 과학적·전략적 방제 체계를 구축해 문화재 재난위험지수 개발 및 선진 방재 기술 습득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임 청장의 의욕적인 활약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어느 노인의 방화로 숭례문이 소실된 지 10일로 만 3년이 지났다. 남풍의 온기가 감돌기 시작한 긴 겨울의 끝자락, 질곡의 근현대사를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참담하게 지켜봤던 민족의 자존심이 쓰러지던 그날 저녁. 불길에 휩싸이는 전 과정을 축구 경기 중계를 보듯 방송을 통해 설마 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다가 처참하게 쓰러져 내리는 장면을 새벽녘에 확인하고서 망연자실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던 그날. 숭례문이 아닌 대한 국민의 자존심이 처참히 쓰러지던 그날. 숭례문을 앞세워 우리 스스로 죽어 갔던 그날로부터 3년. 전통 상례라면 3년상을 마치고 담제(禫祭)를 통해 탈상을 한 시점이다.

문화재청은 이를 계기로 2월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정해 그 경각심을 되살리고 있다. 9일 문화재청과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과 문화재청에서 주최한 ‘문화유산 방재 국제 심포지엄’도 바로 이런 의지의 일환이었다. 이를 계기로 인류 문화유산인 문화재에 대한 방재 정책이 한 차원 도약하는 실질적인 기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의 일선에 있는 필자로서는 정부의 숭례문 복원에 덧붙여 반드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절대로 서두르지 말라’는 것과 ‘완결이라는 인식을 버리라’는 두 가지다. 문화재 복구는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계획, 실천해야 한다. 여기에는 어떠한 당쟁도 분열도 이견도 있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광화문 현판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문화재 복구에 있어서는 조급증을 갖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독선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다음, 현장에서는 복구할 것은 복구하되 미래를 예측한 장기적인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최근 들어 중요한 것으로 기후·대기·지정학적인 환경을 들 수 있다. 오늘날 기후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더 큰 강추위가 예상되는 동절기, 그리고 긴 우기와 함께 더 한층 더워질 하절기는 유해 가스와 더불어 문화재 관리에 있어 또 다른 적이다. 아울러 숭례문의 경우 지하철의 잦은 진동과 자동차 매연, 대기 중의 먼지 등 위험한 환경에 상시 노출돼 있다.

주요 부재인 석재·목재·기와·단청·석회 등은 단시간에 그 결구가 하나될 수 없는 재질이다. 따라서 오늘의 이러한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변화가 예상되는 재질을 지속적으로 체크해 다음 단계의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 인간의 신체도 발병 원인을 제거하는 대수술이 곧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을 통해 수술 후 각 신체 부위의 밸런스와 리듬이 장기적으로 자리잡아 갈 때 건강이 회복됨을 느끼게 된다.

문화재 복구에 있어 제도나 정책, 경제력과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차분함 속에서 갖는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일 것이다.

- 문화일보 2011. 2.11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02110103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