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의 문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문화재를 대량 수집하여 미국으로 가져간 그레고리 헨더슨의 컬렉션 150점을 국내에 유치하여 전시할 계획이라고 보도됐다. 도자기가 주종인 이 유물들은 헨더슨의 사후 하버드대에 기증된 것으로, 1993년 그 대학의 박물관에서 '천하제일-헨더슨의 한국 도자기 컬렉션'이라는 전시를 통해 미국과 서방 세계에는 널리 알려졌지만 막상 본고장인 한국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전시가 이루어지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 깊어지고 전문가들의 연구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필자의 뇌리에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40여년 전 미국 유학 중에 헨더슨씨의 거듭된 권유로 그의 집을 방문했던 일이다. 그의 집 거실에는 고려청자, 조선백자, 신라 토기 등이 놓여 있었고 이완용의 글씨가 벽에 걸려 있었다. 그때 느꼈던 착잡한 심정이 이번 전시를 통하여 깨끗이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이를 계기로 해외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좀 더 자주 전시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하는 생각이다.

한번은 미국 시카고 박물관에서 빼어난 고려청자들을 보면서 그중에 두 점은 국내에 있다면 국보로 지정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비슷한 경험은 시애틀 미술박물관에서도 했다. 동양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수장고 속의 우리 문화재들을 돌아보면서 고려청자 수집품들의 수준이 너무 뛰어나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보스턴 미술박물관, 영국의 대영박물관 같은 세계적인 박물관들뿐 아니라 이처럼 비교적 우리 국민에게 덜 알려져 있는 박물관에도 의외로 알찬 우리 문화재들이 알뜰하게 모아져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일본과 유럽의 선진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의 한국 도자기 컬렉션은 세계 제1급에 속하며,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소장되어 있는 덴리(天理)대학의 조선시대 초상화 컬렉션도 그 분야의 대표적 예로 꼽기에 충분하다.

외국에 있는 이런 우리 문화재들을 순차적으로 국내에 유치하여 전시한다면 그 이로움이 한두 가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일반 국민은 평소에 개인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해외 소재 우리 문화재들을 외국에 가지 않고 직접 살펴볼 수 있게 됨으로써 문화 향수의 기회가 넓어지고 동시에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데 보다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작년에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의 불교회화 명작들을 국내에 들여와 열었던 '고려불화대전(大展)'은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전시보다도 많은 참고가 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본·미국·유럽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고려불화 61점이 700년 만에 고국의 관객과 상봉한 이 전시는 출품기관만 44곳에 달했다. 박물관 학예직들이 2년 동안 수십 차례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사찰과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며 작품을 모아준 덕분에 우리는 선조들이 남긴 최고급 명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전시가 더 활발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조선 2011.3.1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11/20110311026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