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극동함대 해군에 의해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도서가 오는 28일부터 5월 말까지 네 차례로 나눠 한국에 돌아온다고 한다.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운동은 1991년에 규장각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서울대가 처음 제기하여 시작됐다. 1988년부터 규장각도서관리실장으로 일하던 필자는 규장각과 규장각 도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작은 소개책자를 준비하던 중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해군 지휘관이던 로즈 제독이 강화도에서 철수하면서 본국 해군성 장관에게 보낸 편지를 접했다. 그 내용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 340여 책을 배에 싣고 나머지는 건물과 함께 불태우고 간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서고에 우리 외규장각 도서가 있다는 사실은 1975년에 재불(在佛)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에 의해 알려졌지만, 한국의 귀중한 왕실도서가 그곳에 들어가게 된 구체적 경위와 상황은 그때까지 파악되지 않았었다.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여 국제법 전공인 서울대 법대 백충현 교수를 찾아 의논하였다. 백 교수는 이것은 전형적인 전시(戰時) 약탈 행위로 책이 당장 돌아오지 않더라도 반환 요청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 운동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서울대 총장이 외교부 장관에게 반환 요청을 의뢰했고, 외교부 차관 명의로 프랑스 외무성에 공식 반환 요청서를 보냈다.

이후 프랑스와의 지루한 협상 과정에서 백충현 교수의 역할이 컸다. 그는 국가 또는 왕실이 생산한 문건은 법적으로 소유권이 변동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가 이미 자기네 국가재산으로 등록되었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하지만 한국 왕실문서를 프랑스 재산으로 등록한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외규장각 도서들이 145년 만에 귀환한다는 보도에 접하여 지난 2007년 타계한 백 교수의 묘소로 달려가 이 사실을 큰 소리로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을 반기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 안에 해외 문화재 전담 조직을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프랑스 정부의 회피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도 원인이 있다. 우리 정부 인사제도는 담당관이 2~3년마다 바뀐다. 그래서 외규장각 도서 문제를 담당하는 외교통상부 실무자가 바뀔 때마다 나와 백 교수는 새로 온 담당관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묻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오랜 해외 근무에서 돌아와 이 일을 맡게 된 한 담당관은 무엇을 물어야 할지조차 몰라 서울에 있는 프랑스 문화원 문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그러니 프랑스가 우리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았겠는가.

모든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돌아와야 할 것을 가려내고, 그대로 둬야 할 것은 소재와 가치를 파악하여 국민에게 알리고 내외의 연구자들이 이용하게 하는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더구나 우리처럼 국난(國難)으로 많은 문화유산이 해외로 유출된 나라라면 반드시 해야 할 과제이다. 관련 분야의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로서 구성되는 전담 조직이 있었다면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도 더 일찍 이루어졌을 것이다.<-조선 2011.3.2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21/201103210222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