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됐던 외규장각 의궤가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온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을 당했으니 145년 만의 귀환이다. 의궤의 반환을 계기로 해외에 산재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의 폭도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제 의궤 반환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문화재 반환 대책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프랑스 군대에 의해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의궤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93년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자국에 보관된 도서 중에서 ‘휘경원 원소도감의궤’를 한국 정부에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후였다. 그러나 2010년에 이르기까지 지루한 반환 협상은 지속됐다. 2001년에는 외규장각 의궤의 가치와 맞먹는 등가등량(等價等量)의 문화재를 맞교환하는 반환 방식이 제기됐으나,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성사되지 못했다. 외교부가 중심이 된 한국 정부는 1993년부터 의궤 반환 문제에 집중적으로 매달렸다. ‘영구대여’라는 방식으로 의궤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프랑스 측과 쉽게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의궤의 반환이 다른 문화재 반환의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해 프랑스 측이 거듭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프랑스 측은 드디어 의궤의 한국 반환에 합의했다. 20년 가까이 학계와 머리를 맞대며 의궤 반환을 적극 추진한 외교부의 의지와 문화계, 언론계, 시민단체의 지원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의궤 반환의 세부 협상 결과 1차분은 14일 들어오고, 5월 말까지 전체 의궤가 한국에 돌아오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오대산본 ‘조선왕조실록’과 ‘북관대첩비’ 등 일부 문화재가 반환되기는 했었지만, 온 국민의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조선왕실의 상징적인 문화재가 돌아오는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외규장각 의궤는 반환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의궤는 조선왕실의 행사 기록물인 만큼 일반 감상용이나 전시용 문화재와는 차이가 있다. 역사학, 건축학, 서지학, 미술사, 복식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의궤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를 통해 조선 왕실의 문화와 한국학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의궤 반환을 계기로 외교부, 문화재청 등이 주도하는 ‘문화재환수 전담기구’를 통해 해외에 산재한 우리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반환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외교부에서는 의궤 반환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학계, 문화계, 언론계, 시민단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규장각 자문포럼을 운영하면서 프랑스 측에 의궤 반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제 이러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문화재 전담 기구를 이른 시일 내에 설치해야 한다. 이들 기구에는 문화재, 국제법, 역사학 분야 전문가와 외교부 등 정부의 공식 채널 팀이 합류해 해외 반출 문화재 전체 목록을 관리하는 한편 우선순위를 정해 문화재를 반환받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 다른 나라의 문화재 반환 사례를 검토하고 국제적인 연대도 형성해야 하며 시민운동도 함께 전개해 반출된 문화재가 갖는 의미를 널리 알려야 한다. 우리의 국력이나 문화력이 국제적인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만큼 역량을 투입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기구의 운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문화재는 선조들이 축적한 삶과 역사적 경험을 후손에게 남겨준 것으로 우리들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보존, 연구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불운한 근대사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합법, 불법적으로 약탈당했던 우리의 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은 문화의 시대가 열리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위상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세계일보 2011.4.13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10412005282&c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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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