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3. 16 - 7. 17 파리, 룩셈부르그 미술관
2005. 8. 12 - 12. 4 덴마크,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
지난 3월부터 파리의 룩셈부르그 미술관에서는 "마티스, 제 2의 인생"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회 제목의 '제 2의 인생'이란 마티스 스스로가 1941년 수술 이후 자신의 삶을 일컫던 말로서 이 전시회는 마티스가 장암 수술을 받았던 1941년부터 그가 사망한 해인 1954년까지, 마티스의 말년에 제작 되었던 작품들을 한데 모은 전시회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 동안 열렸던 전시회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방스(Vence) 로제르 예배당 (Chapelle du Rosaire)의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위한 초벌작업 (생명수 L'Arbre de vie, 515 x 252 cm, 1949, 바티칸 박물관)이 전시되어 있으며 또 그 시기에 마티스의 중요한 livre illustre들, 예를 들면 " 재즈 " (Jazz, 테리아드 출판사Teriade Editeur, 1947, 덴마크 홀스테브로 미술관Holstebro Kunstmuseum) 등과 같은 작품들도 전시되어 최근 기호학적인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livre illustre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수술 이후 육체적으로 극히 쇠약해진 마티스는 이전 시기와 동일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운 경향을 보인다. 수술 이후 처음에는 침대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으며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에도 휠체어에 의지해서 지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수월해지지 않게 되자 마티스는 이 상황에 맞출 수 있는 창작 활동을 모색하게 된다. 즉 유화 작업만을 고집하지 않고 데생을 하기도 하고 특히 그림 물감을 칠한 색종이를 잘라내어 붙이는 일종의 콜라쥬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색종이 작업은 이 시기의 중요한 작품들인 타피스트리, 스테인드글라스, 판화, livre illustre 등의 밑그림 역할을 하면서 이 시기만의 독특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시기의 마티스에게 있어서 이러한 작품 활동과 아울러 특이할 만한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그가 모로의 아뜰리에에서 수학할 때 만난 친구인 앙드레 루베르 (Andre Rouveyre)와 거의 매일 편지 교환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에 이 두 사람 사이의 편지가 1200여장에 이를 정도로 거의 매일 편지를 교환했으며 어떤 날은 하루에 서너 통씩 왕래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편지들은 어떻게 보면 마티스 자신의 일기일 수도 있고 혹은 자서전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많은 편지 속에서 마티스는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기도 하고 자신이 창작 행위를 할 때 얻은 영감은 무엇이며 작품을 제작 할 때에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등등을 진솔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시회는 마티스의 말년에 대한 일상적인 두 가지 사실, 루베르와의 편지 교환과 창작활동, 즉 글과 그림을 통해서 그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려는 시각에서 기획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시 의도에 따라 전시 형식도 마티스가 루베르에게 쓴 편지들과 이들 편지와 관련된 작품들을 서로 병치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서로 관련된 글과 그림이 서로 맞물려 있는 전시 흐름을 따라서 글에서 표현된 것들이 그림에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또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마티스는 글 속에서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등등을 하나 하나 검증하듯이 관람하다 보면 관객들은 자연스레 마티스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서서히 그 윤곽을 잡을 수 있게 된다. 결국 말년의 한 화가가 써 내려간 글 속에서 그리고 그와 관련되어 함께 걸려진 그림들 사이에서 우리는 마치 이 화가가 자신이 살아온 예술 인생을 옆에서 들려주고 그려 주듯이, 그의 예술 세계를 아주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마티스의 말년을 새롭게 평가
이렇듯 마티스의 말년을 쉽게 살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는 이번 전시회는 실제로는 한 미술사학자의 힘들고 고된 오랜 연구의 산물이다. 이 전시회 기획의 총 감독은 덴마크의 미술사학자인 한네 핀센(Hanne Finsen)이다. 마티스 연구의 전문가인 그녀는 1970년 마티스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마티스와 루베르 사이에 오고 갔던 편지들이 덴마크 왕립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오랫동안 도서관의 서고에 묻혀 있던 편지들은 이후 장장 30여년에 걸친 분류 작업을 통해 결국 2001년 "마티스-루베르, 서신 교환(Matisse-Rouveyre, Correspondance)"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의 플라마리옹(Flammarion)출판사에서 출판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정리된 편지들을 토대로 마티스 말년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회가 개최되는 것이다. 결국 한 미술사학자의 끈기 있는 노고가 낱낱이 떨어져 있었다면 별로 가치 없는 한낱 편지 한 장에 불과 했을 편지들이 한 곳에 모여 분류, 정리됨으로써 마티스 말년의 작품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되는 가치를 지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 시기를 연구하는데 새로운 장이 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의 기본적인 축이 된 것이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미술 전시회란 이곳 저곳의 미술관, 어디에서인가는 늘 열리고 있는 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게다가 누구라도 알고 있는 유명한 미술가의 전시회라면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거장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전성기 혹은 유명한 작품에 가리워져 그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된 시기의 작품들에 대해서라면 우리의 생각이 달라지게 된다. 사실 어떤 하나의 전시회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미술가를 새롭게 발굴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며, 거장의 그늘에 가리워져 잊혀졌던 예술가를 새롭게 조명해주는 장을 열어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미 미술사적으로 입지를 굳힌 중요한 미술가들의 숨겨진 면들을 부각시켜 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마티스 전시회는 마지막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마티스는 20세기 초, 야수주의라는 미술 사조의 대표적인 화가이며 또 현대 추상화의 선조격으로서의 마티스일 뿐이다. 더 나아간다면 그의 후기 작품들은 그 아기자기하고 예쁜 색감으로 관광 엽서 혹은 포스터로 무수히 제작되어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익숙할 뿐이었다. 이제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마티스의 말년은 새로이 조명될 것이며, 초기의 야수주의 작품에 밀려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던 그의 말년의 작품들이 미술사적으로 올바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