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공 김광호 daeguart@hanmail.net
작가의 조각은 전통적인 먹그림을 평면적인 입체로 환원한 조각으로 재정의할 수가 있겠다. 그렇게 작가의 조각은 평면과 입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하나로 아우르는 부분이 있고, 여기에 곧잘 조각의 경계를 넘어 공간설치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작가의 조각은 회화적이다. 마치 그림에서처럼 사각 프레임을 도입한다거나, 프레임 안에 사군자와 같은 모티브와 함께 여백을 들어 앉히는 것 역시 회화적 장치로 볼 수가 있겠다. 조각을 그림처럼 벽에 걸어 연출할 수도, 환조에서처럼 공간에 세울 수도 있게 해준다. 그렇게 작가에게 조각(회화적인 조각)은 회화와 조각, 평면과 입체, 공간과 설치,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자기표현을 확장 시킨다. 실재는 무엇이고, 실재가 보기에 그림자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가 있는가. 그 불분명한 경계가 재차 인식의 깊이를 더한다. 그림자를 통해서 이미지를, 그리고 의미를 확장 시키는 것이다.
[발췌] 그림자의 변신, 존재, 사군자, 그러므로 어쩜 그리움 | 고충환 미술평론가


김광호는 사군자 이미지를 차용해서 이를 조각으로 일으켜 세웠다. 종이에 담긴 사군자가 입체로 나와 공간에 자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림에서 빠져나와 실제 공간에 존재하는 사군자인 셈이다. 이 그림자는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대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며 대등한 차원에서 확고히 다가온다. 작품(대상)과 그로부터 불가피하게 형성된 그림자가 동시에 작동하기에 보는 이들은 이 둘을 차별 없이, 공평하게 대하게 된다. 김광호의 작업은 그림자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그림자를 지게 한 대상과 함께 그림자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물질 덩어리와 회화적 요소가 상호 침투하는 편이다. 사실 회화가 표면에서 존재한다면 조각은 공간에 서식한다. 조각은 물질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김광호의 조각은 피부로 존재하며 선으로 구성된다. 김광호의 작업은 철선들을 이용해 이를 의사 사군자로 환생시켰다. 그림이자 동시에 조각이기도 하다. 작가는 죽어 있는 것, 생명이 없는 차가운 철에 온기와 유연함을 불어넣어 싱싱한 식물성의 삶으로 환생시켰다. 작가의 손이 철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것은 죽은 사물의 세계를 유기체 화하려는 식물적 상상력이기도 하다.
[발췌] 회화와 조각의 틈에 자리한 사군자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