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공  김성복

제22회 문신미술상 수상작가 초대전 《김성복: 이별》
2024.5.27-7.28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전시 전경


사라지는 지구 - 이별  조광석 | 경기대 명예교수 

김성복은 정적 자세를 취하는 기존의 기념비적 주제에서 벗어난 역동적인 동세의 작품을 제작한다. 실제보다 부풀려진 커다란 손과 발은 전체 형상에 대비해 안정감을 주면서 동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전통적 조각은 인체비례론을 기반으로 황금비례를 추구하고, 인간 육체를 신의 형상처럼 이상화하지만 김성복의 인체는 역동성을 더한다. 김성복의 〈달리는 사람〉은 이상적인 육체 대신 특별한 힘을 기대하는 주술적인 행위자로서 모습이다. 〈바람이 불어도〉와 같은 작품제목은 유행을 거부하는 듯 하다. 새로운 기술과 경향에 뒤처지면 문명에서 낙오된 것 처럼 느껴지는 현대에, 그의 작품은 이러한 세상의 ‘바람’을 무시하고 굳건하게 전진한다.

세계자연기금에서 발행하는 『지구생명보고서-2022』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상 야생동물 개체 수 3분의 2가 사라졌다고 한다. 동물의 멸종은 우리의 힘으로 대체 불가능한 중요한 사건이다. 생명체가 하나, 둘 사라지게 되는 앞으로의 세상은 우리에게 두렵고 낯선 상황이다. 마치 야생에 적응해야 하는 원시인들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는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감소 한가운데에 있으며, 지금이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는 모든 것과 서로 연결되어 우리가 사는 행성의 미래와 인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오랫동안 거론되어왔음에도 대다수는 여전히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위기의 지구-이 별(planet)과 ‘이별(離別)’할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별’은 같은 발음 다른 의미의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로서 현실의 불안함을 묘사하여, 작가의 기우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라져가는 동물들에게서 엿보이는 암울한 지구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인류의 노력을 불러 일으키고자 한다.


이별, 2024, 스테인레스스틸 단조, 280×98×148cm


전시장에는 북부 아프리카 흰코뿔소, 갈라파고스 거북, 모리셔스의 도도새, 황새, 크낙새, 금개구리, 백두산 호랑이, 산양, 독도 강치 등 지구 전역에서 이미 멸종했거나 곧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종이 조화롭게 모여 있다.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서 살았던 도도새는 이미 멸종되었고, 전 세계에 단 두 마리 남은 북부 아프리카 흰코뿔소, 위기종에 등재된 갈라파고스 거북, 우리나라의 황새, 크낙새, 금개구리, 백두산 호랑이, 산양, 독도 강치 사이에 한 인간의 형상은 눈을 가리고 있다. 마사초(Masaccio)의 〈낙원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 1425〉 중 부끄러움과 두려움 때문에 눈을 가린 아담은 여기에서 현실을 외면하는 인간의 모습이 된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의 변화를 기대하는 작가의 의도라 볼 수 있다.  동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과 관계에 놓여 있는 생명체의 초상이다. 작가는 인간과 자연, 환경 및 공존과 관련된 지구환경 위기를 다루고 동물의 형상을 은유로 채운다. 상상의 세계를 통해 이 두려운 시대를 호소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환경에 무심한 인류의 행위에 대한 경고이다. 전례 없는 환경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를 지닌 변화를 촉구한다. 김성복의 작품은 예술이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작품을 통해 삶을 보다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마음가짐이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은 실험적인 것 이상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며,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