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은신처 II – 예술로 다시 짓는 자연 속 셸터

김성호(미술평론가, Sung-Ho KIM) 



1. 프로젝트 개요 

2024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야외 설치 작품’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프레-비엔날레 성격의   《2023 금강자연미술프레비엔날레 프로젝트전》(2023. 8. 26~10. 18)이 펼쳐진다.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가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전은 《2024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초대 작가를 선정하기 위한 드로잉 작품 공모전으로, 금강자연미술센터에서 국내외 작가 147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마다 정해진 크기(A3/420×297mm)에 드로잉, 그래픽의 방법으로 선보이는 이번 출품작들은 야외 현장에 설치될 작품의 크기, 재료, 제작 방식을 유추할 수 있는 아이디어 스케치의 특성을 드러내면서도, 궁극적으로 그것을 뛰어넘어 독립된 예술성을 지닌 작품 드로잉으로서의 위상을 견지한다. 각 출품작이 주제에 부합하는 야외 작품 설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에스키스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거친 스케치와 정교한 그래픽 사이를 오가면서 저마다 개성 가득한 독창적 작품 세계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최종 선정된 13명(12팀)이 내년 비엔날레에 ‘야외 설치 작품’을 선보일 작가로 초대될 예정이다. 




Choi Jinsu


2. 주제 해설 - 숲속의 은신처 II

그런데 전시 주제가 왜 ‘숲속의 은신처 II(Shelter in the forest II)’인가? 이번 프로젝트는, 16개국 25팀이 참여했던 2018년 프로젝트의 성과를 계승하는 같은 주제의 두 번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로마 숫자 II를 추가했다. 올해까지 이어진 두 차례의 프로젝트는 기후 온난화와 대재난 등 환경 위기의 시대에 ‘숲속’에 ‘셸터(Shelter)’라는 ‘또 다른 유형의 자연미술’을 구축함으로써 ‘자연-미술-인간’에 대한 관계를 모색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생태적 환경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진지하게 성찰한다.  

그렇다면 올해 프로젝트의 주제어 셸터란 무엇인가? 은신처, 피난처를 의미하는 셸터는 호모 에렉투스와 같은 원시 인류가 무리 지어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구석기 유목주의 시대에도 추위와 폭염을 피하고 야수의 위협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필요했다. 당시 그것은 대개 동굴과 같은 ‘발견된 셸터’였다. 수렵과 채집을 통해 떠돌던 원시 유목민에게 있어, 셸터는 굳이 힘들게 만들 필요 없이 자연에서 발견하는 임시 거처이면 족했기 때문이었다. 유목 시대를 정리하고 이 땅에 정주를 시작하게 된 신석기의 셸터는 어떠했을까? 수렵과 채집 대신 목축과 농경을 통해 먹을 것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에 이른 혁명으로 인해, 신석기의 셸터는 피난처, 은신처와 같은 임시 거처의 위상을 떨쳐내고 ‘만든 셸터’인 집과 같은 반영구적 거주지의 위상을 정초하기에 이른다. 더 나아가 청동기, 철기의 문명 시대는 혈족을 뛰어넘는 마을과 공동체 사회를 구축하면서 이전에 없던 지배층과 피지배층이라는 계급의 분화를 촉진하면서 셸터는 이제 집뿐만 아니라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과 국가의 개념으로 확장한다. 

그렇다면 셸터란 인간만을 위한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자연의 많은 생물에게도 셸터는 필요하다. 가재의 휴식을 취한 바위틈, 낙지, 게, 조개가 몸을 숨긴 갯벌, 독수리가 지내는 나무 위나 고산 절벽 위는 그들에게 ‘발견된 셸터’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만든 셸터’는 무엇인가? 귀제비나 각종 새에게는 나뭇가지나 짚으로 만든 둥지가, 흰개미들에게는 고사목에 흙더미로 쌓아 올린 거대한 탑이, 거미에게는 자기의 분비물로 만든 천연 거미줄이, 두더지나 산토끼에게는 언덕을 파헤쳐 만든 토굴이, 그리고 꿀벌에게는 밀랍으로 만든 육각형 벌집이 그들에게 각각 ‘만든 셸터’가 된다. 인간뿐 아니라 각종 생물에게 ‘발견된 셸터’나 ‘만든 셸터’는 그 유형이 다를 뿐 ‘피난처, 은신처, 거처’라는 의미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에 속해 있지만, 동물의 ‘바깥’에서 발견되거나 만들어진 이러한 셸터는 동물의 ‘안’에서도 발견된다. 생각해 보라! 적으로부터 연약한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단단한 조개껍질, 고슴도치의 날카로운 가시, 혹한에도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는 북극곰의 풍성한 털과 차가운 바닷속과 빙판을 오가도 물을 얼지 않게 하는 펭귄의 깃털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자연체 안에서 형성된 셸터’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털이 점차 퇴화된 인류에게, 동물의 털이나 가죽으로 만든 옷은 또 다른 유형의 셸터라고 할 만하다. 

모든 생명체에게 셸터는 그 유형이 다르지만 필요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특히 인간에게 셸터란 ‘발견된 것’에서 ‘만든 것’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셸터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자연의 일부인 셈이다. 아니,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차원에서 인간을 위한 셸터는 자연 그 자체인 셈이기도 하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셸터는 도처에 자리한다. 다만, 오늘날 ‘집’으로 대별되는 건축적 셸터는 더 이상 은신처로서의 셸터 본유의 역할을 견지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시 거주처’로 시작되어 ‘반영구적 거주지’로 귀결된 오늘날 ‘집 혹은 아파트먼트’와 같은 셸터는 이제 자연에서 떠나온 문명의 장소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명계의 셸터는 이제 은신처, 안식처의 의미가 오염되어 신분과 계급의 분화를 더욱 공고히 하거나 환금성의 시장 가치가 되었을 따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으로 되돌아가 셸터의 의미를 떠올리는 이번 프로젝트전, ‘숲속의 은신처 II’는 현대인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가? 이 프로젝트전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어떠한 기대와 상상력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가?  



Bogdan Adrian Lefter 



Jerry Thunggaltirta



Emanuela Camacci




Maryam Zaraimajin



Pia Hinz



A. Nakamura



3. 자연이라는 생태계에 예술로 다시 짓는 셸터    

인간은 셸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과의 이별을 은연중 선언했다. 인간이 자연의 ‘매끈한 공간(espace lisse)’ 위에 정주의 공동체를 위한 벽을 쌓고 수로를 파서 ‘홈이 팬 공간(espace strié)'을 만들면서부터 자연을 파괴한 셈이다. 들뢰즈(G. Deleuze)에 따르면, ‘매끈한 공간’은 비식민화의 공간, 열린 공간, 유목의 공간이지만, ‘홈이 팬 공간’은 매끈한 공간에 반대하는 질서와 계층의 공간이다. 매끈한 자연의 바탕 위에 홈을 만들어 씨앗을 뿌리는 순간, 벌판을 뛰놀던 들소를 말뚝에 붙들어 매고, 야생마에 재갈을 물리고 고삐로 구속하여 운송 수단으로 삼게 된 순간, 이미 인간은 자연과 결별의 과정을 밟게 되었고 작금에 이르러 둘 사이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오늘날의 기후 온난화와 환경 대재난은 인간의 ‘자연을 탈주하는 문명화에 대한 욕망’ 때문인 것이 자명해졌다.   

이러한 시대에, 이번 프로젝트전은 다시 자연으로 들어가 은신처, 피난처라고 하는 셸터 본연의 ‘자연 속 위상’을 성찰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전은 인간의 어머니였던 대자연으로부터 인간의 종속적 대상으로 변질하고 만 자연을 ‘모성의 대자연적 주체’로 다시 세운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시대에 멸종 위기 시대에 요청되는 ‘자연의(of nature), 자연에 의한(by nature)’ ‘자연 주체의 세계’를 다시 소환시키고자 한다.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는 ‘숲속의 은신처 II’라는 전시 주제와 부합하게, 먼저 숲을 커다란 셸터로 설정한다. 인간과 동식물이 자연이라는 커다란 품 안에서 공존했던 원시향(源始鄕)을 큰 그릇으로 소환한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전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저마다 ‘자연이라는 생태계 위에 예술로 다시 짓는 셸터’를 통해 ‘자연 속 인간’과, ‘자연-인간-예술의 관계 회복’에 대해 성찰한다. 그것은 “비바람의 위험이나 악천후의 공격으로부터 피신한 인간을 위한 은신처”를 지칭하는 셸터의 사전적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보는 것과 연동한다. 그렇다. 은신처로서의 셸터는 안락하다. 셸터의 천장과 벽이 바람과 비를 막고 그 안에 피워둔 작은 불은 야수의 침입을 막는다.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셸터의 ‘감쌈의 공간’은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Gaston Bachelard)가 해석하는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라고 하는 은유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그것은 바슐라르가 ‘서랍, 장롱, 구석, 집’과 같은 ‘감쌈의 공간’이 전하는 안온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설명하는 메타포이다. 구약성서의 등장인물인 ‘요나가 거주했던 고래 배 속’처럼 안온함과 평화로움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마치 우리가 태아로 있었던 ‘어머니의 자궁’처럼 안온하고 편안하다. 어머니의 자궁이 우리가 안온함과 행복함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최초의 공간이라고 한다면, 셸터의 ‘감쌈의 공간’은 이성과 감성을 통해 안온함을 인지하는 최초의 공간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전에서, 참여 예술가들이 숲속에 배치하려는 ‘안온한 감쌈의 공간’, 즉 셸터의 유형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자연의 풍광 자체를 셸터로 시각화하거나 또 어떤 이들은 동식물과 인간의 형상을 셸터로 만들기도 한다. 출품작들을 보자. 우주의 성운이나 구름 그리고 비처럼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하거나 한국의 대표적인 지형인 ‘주상절리’를 형상화한 작품들은 자연의 풍광 자체를 셸터로 시각화한 대표적인 예가 된다. 숲속에 가져온 자연 풍광으로서의 셸터인 셈이다. 

식물들이 가득한 숲속에 또 다른 식물을 셸터로 형상화한 작업도 있다. 나뭇가지, 나무뿌리는 물론이고 버섯, 솔방울, 무궁화, 연근 또는 양파 모양을 셸터로 형상화한 것들이 그것이다. 곤충이나 동물의 형상 또한 셸터로 표현하기에 제격이다. 실제 나비가 될 꿈을 꾸고 있는 애벌레를 품고 있는 번데기 모양이나 벌집 그리고 달팽이 껍데기 모양은 그것 자체로 곤충이나 동물의 작은 셸터가 된다. 게다가 야외 전시장인 연미산의 생태적 맥락을 상기하게 만드는 나비, 새, 다람쥐나 곰을 형상화한 작업은 이미지만으로도 안락한 셸터의 위상을 견인하기에 족하다. 또한 인간 형상을 셸터로 만든 작업은 ‘인간을 위한 은신처’라고 하는 셸터의 근본적 위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여인의 얼굴이나,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소녀 전신상 혹은 사람의 눈이나 두 손을 커다랗게 키워 만든 작업은 ‘숲속 셸터’의 모델로 제격이다. 

한편, 셸터 본연의 구조적이고 건축적인 양상 또한 다양하게 펼쳐진다. 원시 시대 셸터인 움집의 형상은 물론이고 요람, 해먹, 집, 목욕탕, 신전 그리고 지붕, 천장, 의자, 상자와 같은 다양한 ‘감쌈의 공간’을 자연미술이라는 이름으로 구현한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자연이라는 생태계에 예술로 다시 짓는 셸터’라고 칭할 만하다. 




Alma García Gil


4. 에필로그 

출품 작가들이 제안하는 셸터를 구성하는 재료들도 흥미롭다. 고사목, 버드나무, 대나무, 짚, 흙, 테라코타, 돌과 같은 자연 재료뿐만 아니라 각종 페브릭의 수공예 직물과 탄성 고무, 수지성 재료와 더불어 폐플라스틱, 유리병 등 ‘발견된 오브제’ 그리고 철, 동, 알루미늄 등 지극히 인공적인 재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 작가 중에서 최종 선정된 13명의 참여 작가들은 2024 비엔날레에서 이러한 재료들을 가지고 매듭, 접착, 집적과 같은 방식으로 서로 연결하거나 해체함으로써 셸터를 구조화하고 빛, 색, 소리, 냄새를 통해 관객의 오감에 호소할 예정이다. 예술가들이 만든 ‘숲속의 은신처’에 방문하여 최종적으로 작가와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열린 소통에 많은 관객이 참여하길 기대한다. ●


출전/
김성호, 「숲속의 은신처 II – 예술로 다시 짓는 자연 속 셸터」, 『2023금강자연미술프레비엔날레』, 전시 카탈로그, 2023. 
​《2023 금강자연미술프레비엔날레 프로젝트전》(2023. 8. 26~10. 18, 금강자연미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