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공 장혜용
다양한 동식물이 생장하는 숲의 이미지를 원색적으로 재구성하여 이상적인 대자연의 풍경을 묘사한 〈엄마의 정원〉 연작은 엄마가 가꾸는 화목한 가정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망·염원을 화초를 가꾸는 어머니, 곧 엄마의 모습에 일치시킴으로써 꿈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전개했다. 장혜용 작가는 지난 50여 년간, 오로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뚜렷한 작업을 위해, 우리나라의 전통이 녹아있는 현대적인 그림을 향해 무한한 노력과 고뇌의 시간을 견뎠다. 진정한 자신만의 그림을 작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 헤매던 결과를 신작 〈엄마의 정원〉 시리즈에 담았다.
1990년대에는 수묵화 작업을 했으나 ‘내 것이 아닌,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색채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다. 그렇게 색채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고 한국의 오방색에서 해답을 얻었다. 고구려 벽화로 시작해서 단청을 연구하고 우리의 많은 색을 만나고, 민화의 자유로움과 신사임당의 초충도, 겸재 정선의 자유로운 산수화의 철학을 화선지의 흰색과 먹의 검정, 그리고 오방색을 통해 풀어내고자 했다. 그렇게 10여 년간 수묵화와 오방색을 섞어 독특한 추상화로 소화해냈으나 그럼에도 이 작업이 자신의 그림이라는 확신에는 못 미쳤다.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자기 자신을 진실하게 돌아보고, 되물어가며 10여 년을 보냈다. 채색화 기법이란, 석채나 안료를 아교에 개어서, 열 번 가까이 덧칠을 쌓아 아름다운 색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천경자의 채색화를 보며 오랜 고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아크릴이라는 현대적인 소재와 기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한 전통 한국미술을 서양의 재료를 이용하여 캔버스에 아크릴로 담아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장혜용, 〈엄마의 정원 48〉, 2024, 캔버스에 아크릴, 45.5×53cm
그간의 작업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 과감하게 자신이 즐겁게 그릴 수 있는 그림으로 전환했다. 자연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비교적 자신과 가까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색채, 민화의 단순함을그리다가 주변에 있는 삶의 이야기로 시선을 돌리며 인간의 형상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그림을 찾게 되었다. ‘엄마’라는 자기 자신을 화면에 넣어 인간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지는 무한한 무릉도원을 꿈꾸는 연작 시리즈〈엄마의 정원〉이 시작되었다.
장혜용은 ‘나의 길은 화가’라는 굳은 믿음으로 50여 년간의 작업 활동을 고생과 인내, 정신적 외로움과 고통을 견뎌내며 이어왔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꽃, 나무, 새, 나비 등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을 자신만의 형태와 색채로 화면에 쏟아내고, 동심으로 돌아가 순수한 자신의 감각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화면에 그려냈다. 〈엄마의 정원〉은 한 가족을 끌어안는 엄마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자 실체인 꽃과 초목을 배경으로 구성하여, 온갖 동식물이 공존하는 숲의 이미지가 일정한 조형적인 질서와 리듬 속에서 말끔한 회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되고, 마침내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이상적인 세계를 펼쳐보인다.
《장혜용: 엄마의 정원》(5.22-7.22, 갤러리젠) 전시는 30년간 재직해왔던 청주대에 감사함을 표하며, 청주문화발전에 애쓰는 예술인 후배와 미술 애호가에게 최신작과 2022년도 삼성생명 캘린더에 수록된 작품을 함께 선보였다. 자신의 작품을 모두에게 선물하듯 나누는 마음으로 2016년 정년 퇴임 이후 8년 만의 개인전을 열었다. 25회의 개인전과 단체전 400여 회를 가졌으나 고정된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자신을 향하여 싸워나갈 것이라고 고희(古稀)의 작가는 굳센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