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공 고래문화재단 한승태 전시기획팀장
정철교: 노란 하늘에 붉은 구름 떠가고
2024.8.10-8.29 장생포문화창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에 사는가? 누구와 사는가? 이런 질문을 표현하는 정철교의 작품에는 세기말적 우울과 불안이 펼쳐진다. 원전이 있는 울주군 서생면으로 이주한 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부터 그의 작품에 새울 원전이 등장한다.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였다. 당시 마을 주민의 우려와 분노는 플래카드에 담겨서 원전 주변과 마을 곳곳에 나부꼈고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집요하게 그를 흔들었다.
단지 풍경의 일부였던 원자력발전소가 얼마나 큰 공포인지 그는 깨닫는다. 불안은 풍경을 독립된 하나의 주체로 인식했다. 풍경은 인물 뒤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존재이며, 생명의 거대한 순환계라 생각하며 반고신화를 떠올렸다. 자연은 나이며, 나는 자연이다. 고장 난 자연은 나의 고장이고 나의 고장은 자연의 고장이다. 고장 났지만 고장 난줄 몰랐던 나, 몸의 연장인 자연과 사람을 정철교는 작업의 대상으로 삼았다.
정철교의 회화는 신표현주의 계열이다. 사회와 역사의 담론이 그의 삶에 영향을 주었고, 그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 그가 그리는 마을은 이웃의 고민과 걱정을 함께 하며 터져 나온 외침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사회적 자연이다. 공동체라는 맥락에서 정철교는 핵에 대한 마을 주민의 공포를 색감으로 표현하면서 강렬한 연대를 느꼈다. 보색 대비를 활용한 그의 색감은 직관적이고 강렬하다.

<간절곶 나들이>, 2020, oil on canvas, 130.3×193.9cm
눈에 보이는 마을과 자연을 그는 보이지 않는 방사능 공포와 결합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방사능. 공포의 기운과 삶의 에너지를 마음속에 섞어 구상하며 사회적 맥락과 정철교의 내면이 결합했다. 이렇게 작가 개인의 느낌과 사회와 역사라는 외적인 맥락이 뒤섞이고, 주체와 대상이 겹쳤다. 나의 고유한 개성을 표현하지만,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사회로부터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에 그는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존재한다. 여기가 정철교가 위치한 지점이다.
그는 붉고 푸른 동맥과 정맥을 기본색으로 삼는다. 붉은색은 강렬한 핏줄을 다룬 것이라 하는데 붉은 선은 어디나 연결되어 있다. 그의 자화상 연작은 자기 몸의 연장으로 풍경이다. 이는 내 몸이 대상으로, 자연으로, 배경으로 연결된다. 자연이 나이고 내가 자연이다. 보이지 않는 핏줄로 연결된 우리는 원전으로 대칭성을 잃지 않을까 불안하다. 그가 느끼는 불안은 선택이 아닌 본능이다.
정철교 개인의 본능과 감정도 사회와 뗄 수 없다.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나라는 주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라캉이 말한“고유한 주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화된 주체가 사는 거다. 그러니 나를 표현한다는 건 곧 사회를 표현하는 것이다.” 처럼 그의 마을과 사람, 자연은 쓸쓸하고 우울하다. 이러한 감정은 색으로 드러나고, 고조되었던 분노와 우울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사람과 풍경 사이에도 일정 거리감이 생긴다. 불안의 일상화가 만든 풍경이다. 사람들은 애써 위험을 외면하며 어떡해서든 살아간다. 그와 이웃은 같은 감정이면서 다른 감정이다. 그가 주로 쓰는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에 의해 감정은 개별화되고, 구체적 구상으로 사회화된다.
그의 작품이 분열증적이라고 해도 좋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심층 의미와 표층 의미가 다르다. 표층적으로는 우리 이웃과 마을의 원전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데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작가는 주민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의 일상화를 표현한다는 것이 더 적확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화된 분노와 불안 속에서 산다. 그의 관심은 마을과 살기 위해 위험엔 눈을 감은 주민이다. 관심과 무관심이 섞이고 거기에 따른 미학적인 의미 역시 우리 사회의 알레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원전이 있는 울주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상징한다. 이익과 경쟁이라는 두 개의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신자본주의 불안으로 확대된다. 더 나아가 작가는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을 표현한다.